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열풍 이유

입력 2014-12-26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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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깊은 사랑을 향한 관객의 지지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25일 누적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 다양성영화로는 최고 기록이다. 사진제공|아거스필름

■ 눈물·반성…‘닮고 싶은 끝사랑’ 공감

76년 해로한 부부의 사랑과 이별에 감동
“순애보 부럽다”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
“황혼 이혼 빈번한 시대에 큰 교훈” 의견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님아)가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로운 흥행기록을 세웠다. 25일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9년 개봉한 ‘워낭소리’(293만 명)의 기록을 5년 만에 넘어섰다. ‘국제시장’ 등 대작과 맞붙고 있지만 기세는 여전하다. 관객의 지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반응이다. ‘님아’(감독 진모영·제작 아거스필름)를 본 관객 12명에게 관람평과 흥행의 이유를 물었다. 60대 자영업자부터 20대 대학생까지 저마다의 눈으로 ‘님아’를 평했다. 표현방식은 달랐지만 줄기는 같았다. ‘눈물’과 ‘반성’ 그리고 ‘닮고 싶은 사랑의 판타지’가 흥행을 견인하고 있었다.


● 노부부의 이별, 공감 더한 ‘눈물’


눈물은 ‘님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76년을 해로한 노부부가 죽음으로 이별을 맞는 모습에서 너나없이 눈물이 터진다.

41세 광고회사 직원(남)은 “눈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영화는 오랜만”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을 살아온 부부의 숭고한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33세 초등학교 교사(여)는 “내 삶에 중요한 이들에게 한 순간도 허투루 대하지 말고 소중하게 여기자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고 말했다.

‘님아’의 첫 장면은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할머니가 눈 덮인 무덤 곁에서 눈물짓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24세 성형외과 직원(여)은 그 장면을 거론하며 “아등바등 경쟁하며 살아가던 중 이 영화를 보니 결국 누구나 삶의 마지막은 죽음이구나 싶어 더 슬펐다”고 했다.


●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반성’

허구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에서 ‘님아’는 관객의 감정이입이 더 크다. 죽음을 앞둔 노부부가 서로를 아끼는 모습에선 ‘내 삶’을 돌아보게도 한다.

62세의 주부는 “사랑하며 사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다들 자식 키우느라 정신없이 사는 줄 알았다”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니 미우나 고우나 남편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중·장년 관객들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58세 고등학교 교직원(여)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나에게도 닥칠 그 상황을 어떻게 준비해하고 맞아야 할지 고민돼 친구들과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님아’의 흥행은 현재 사회 분위기가 역설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평도 나왔다.

65세 자영업자(남)는 “황혼 이혼이 빈번한 때에 본보기가 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영화”라고 했다. 35세 제약회사 직원(여)은 “그동안 보통 사람의 삶은 ‘평범하고 지루하다’고 외면했던 것 같다”며 “우리 모두 겪는 일상의 모습을 순도 높은 노부부의 삶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님아’는 감동적이다”이라고 했다.


● 너무나 닮고 싶은, ‘사랑’

일부에선 ‘님아’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판타지 장르로 보기도 한다. 노부부의 사랑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은행을 정년퇴직한 66세 남성은 “지금 세상에서 보기 어려운 순애보”라며 “해로하는 사람들도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서 함께 하는 동안 더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20대도 다르지 않았다. 23세 대학생(남)은 “빠르게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 세대에 가장 필요한 사랑의 의미를 알려 준다”고 했고, 28세 증권회사 직원(여)은 “아내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사랑에 관한 명제를 노부부가 몸소 보여준다는 평도 있었다. 32세 미국 유학생(여)은 “사랑은 진실하고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반겼고, 43세의 대기업 직원(남) “완벽하다고 할 만큼 순수한 사랑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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