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단장 열전] 24시간만에 빅딜 3건 ‘트레이드 귀재’

입력 2015-01-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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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

2014시즌 득점·타율·출루율 등 최하위
잇딴 대형계약 체결로 공격력 체질 개선
주축선수·유망주 대부분 지켜 팬들 환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2006년이다. 작고한 토니 그윈이 타격 천재로 명성을 떨치던 1990년대 중반 내셔널리그 최강 중 한 팀으로 군림했지만 명장 브루스 보치 감독을 내치는 우를 범한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년 팀연봉도 8600만 달러 수준으로 30개 구단 가운데 22위에 머물렀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는 최하위였다.

올 시즌 77승을 거두며 비교적 선전했지만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8월, 파드리스는 AJ 프렐러를 신임 단장으로 영입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코넬대학 시절부터 절친인 존 대니얼스 단장을 보좌하며 부단장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단장으로 맞이한 첫 번째 스토브 리그에서 프렐러 단장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형 트레이드를 연달아 성사시켜 시쳇말로 ‘사고를 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37세의 젊은 혈기를 앞세운 프렐러 단장이 파드리스를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팬들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코넬대 커넥션

프렐러 단장은 대학 시절 레인저스의 대니얼스 단장과 함께 야구광으로 유명했다. 두 사람은 모두 어린 시절 리틀야구에서 뛴 경험이 전부이지만 같은 뉴욕 출신에다 아이비리그에 속한 최고 명문 코넬대학에서 돈독한 우애를 나눴다. 대학 졸업 후 대니얼스 단장은 콜로라도 로키스에 인턴으로 들어간 후 2년 만에 존 하트 단장에게 발탁돼 레인저스로 직장을 옮겼다.

프렐러 단장 역시 첫 직장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인턴사원이었다. 이후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경력을 쌓았다. 레인저스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굳힌 대니얼스 단장이 손을 내밀자 2004년부터 함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대니얼스가 28세의 나이로 단장으로 선임되자 부단장으로 동반 승진했다. 두 사람이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팀 체질 개선에 나서자 레인저스는 2010년과 2011년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연달아 차지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 워크홀릭

레인저스 시절부터 그는 지독한 일 중독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주로 맡은 일은 다음 경기의 스카우팅 리포트 작성과 오프 시즌에는 중남미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거의 매일 수면 시간이 4시간을 넘기지 않아 절친인 대니얼스 단장이 그의 건강을 늘 걱정할 정도였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허리 디스크 증세로 병원 신세를 진 일화가 있을 정도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소화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성적인 모습 때문에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파드리스의 10대 단장으로 선택되는 기쁨을 누렸다. 단장으로 맞이한 이번 첫 번째 윈터미팅에서 그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났고, 회의를 가졌다.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등 빅 마켓 팀들이 초반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프렐리 단장은 결코 초조해하지 않았다.


● 지피지기

2014시즌 파드리스의 공격력은 재앙에 가까웠다. 팀방어율이 3.27로 30개 구단 가운데 4위에 오른 것과는 달리 득점(535), 타율(0.226), 출루율(0.292), 장타율(0.342)에서 모두 최하위를 마크했다. 홈런은 109개로 28위였지만 1위인 볼티모어 오리올스보다 102개나 적었다. 개인 기록을 보면 문제가 더 심각했다. 팀 내 타율 1위인 세스 스미스의 기록은 0.266에 불과했다. 야스마니 그랜달의 홈런 15개와 제드 저코의 51타점이 최고였다. 부실한 공격력은 투수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선발투수 앤드루 캐시너와 타이슨 로스는 2점대 방어율을 찍고도 승보다 패가 많았을 정도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저스와 자이언츠를 넘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프렐러 단장은 강타자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맷 켐프를 시작으로 저스틴 업튼과 윌 마이어스를 모두 끌어들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 명의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는 데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켐프 트레이드 때 다저스에 내준 그랜달의 공백은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출신 포수 데릭 노리스를 영입하며 해결했다. 많은 파드리스 팬들이 그의 성과를 더욱 높게 평가하는 것은 선발 로테이션의 주축 선수들과 유망주들을 대부분 지켜내면서 대형 딜을 연속으로 터뜨렸기 때문이다.


● 향후 과제

정상급 외야수 3명을 동시에 영입했지만 프렐러 단장은 팀 전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트레이드 카드를 놓고 분주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2014년 마지막까지 트레이드를 연이어 성사시켰다. 30일(한국시간)에는 뉴욕 양키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우완 영건인 조니 바바토를 내주고, 즉시전력감인 우완 불펜투수 숀 켈리를 영입했다. 이어 다음날인 31일에는 시애틀과 트레이드를 통해 세스 스미스를 내보내고 좌완투수 브랜든 마우어를 데려왔다.

가장 급한 문제는 외야수의 교통정리다. 켐프의 입단 기자회견에서 프렐러 단장과 버드 블랙 감독은 저스틴 업튼을 좌익수로, 윌 마이어스를 중견수로 기용할 방침이라 밝혔다. 켐프는 본인이 선호하는 우익수를 맡게 될 전망이다.

기존 파드리스 외야진에는 비교적 고액 연봉자가 많다. 내년 시즌 800만 달러를 받게 되는 카를로스 쿠엔틴을 위시해 캐머런 메이빈(700만 달러), 윌 베너블(425만 달러) 등이 후보로 전락하게 됐다. 유망주인 라이머 릴리아노, 아브라암 알몬테, 제이크 고버트, 코리 스팬전버그까지 합치면 12명이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다. 쿠엔틴과 메이빈은 고액 연봉 때문에 이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야와는 달리 방망이 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내야를 보강하기 위해서 프렐러 단장이 스프링캠프 개막 전까지 또 다른 깜짝 트레이드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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