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니 “내 토스 원칙은 변화와 연구”

입력 2015-01-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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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전에서 백토스를 하는 김사니(오른쪽). IBK기업은행의 ‘베테랑 세터’ 김사니는 4번째 소속팀에서 세월을 거스른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변화와 연구’로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베테랑 세터’ IBK 김사니가 사는 법

“상대팀 분석해 그날 공격패턴 정해
대표팀 욕심? 이젠 소속팀에만 전념
IBK가 마지막 팀이 됐으면 좋겠다”

1999년부터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의 세터 자리는 김사니(34)의 것이었다. 서울 중앙여고 졸업반 때 한국배구를 이끌 대형세터로 기대를 모았고 그렇게 해왔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런던올림픽 때도 김사니의 토스에 대표팀 성적이 결정됐다. 아쉽게도 은메달, 4위에 그쳤다. 1999년 도로공사를 시작으로 2007년 KT&G로 옮겼다. 2005년 V리그 첫 번째 우승을 놓고 KT&G의 이효희와 맞대결을 했다. 모두 김사니가 뛰는 도로공사의 우승을 예상했으나 KT&G가 웃었다. 그 패배의 후유증인지 도로공사는 아직 우승이 없다.


● 최고의 세터지만 우승반지는 하나 뿐

김사니는 빼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우승반지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 우승반지는 단 한 개. 몬타뇨와 함께 2009∼2010시즌 KT&G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흥국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2번째 FA였다. 그때마다 1년 선배 이효희가 팀을 떠나야 했다. 악연이라면 악연이었다. 흥국생명에서 3시즌을 뛰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3번째 FA자격을 얻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나이든 여자선수를 보는 우리 구단들의 시선이 좋지 않았기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한 시즌 동안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로코모티브에서 활약했다. 한국과는 모든 것이 달랐다. 몸도 아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 만큼 그곳의 선수관리는 엉망이었다.

김사니가 V리그를 떠난 1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본의 아니게 2번이나 상처를 줬던 이효희는 IBK기업은행에서 3번째 우승반지를 끼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세터 자리도 이효희의 것이었다. “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 내 이름이 빠져 아쉽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포기했다. 더 오래 미련을 두면 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고 김사니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 김사니의 마지막 팀이 될지도 모르는 4번째 팀 IBK기업은행

김사니의 V리그 4번째 소속팀은 IBK기업은행이었다. 이번에는 이효희가 떠난 뒤 빈 자리를 채워준 것이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돌아와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 이정철 감독의 연락이 왔다. “좋은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했다.

계약을 앞두고 이 감독은 “숙소생활에서 제외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은 절반만 맞았다. 이 감독의 시즌준비 훈련은 소문 이상으로 매웠다. “신인 때를 빼고는 이렇게 훈련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당시 대표팀에 3명의 선수가 차출되면서 팀에 8명의 선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16명이 할 훈련을 8명이 대신했다.

집에서 출퇴근도 가능했지만 훈련이 너무 힘들고 몸도 피곤해서 그냥 숙소에서 자는 날이 더 많았다. 눈물과 함께 흘렸던 땀은 시즌에 들어가자 효과를 발휘했다.

NH농협 2014∼2015 V리그 개막전에 나선 IBK는 김사니의 다양한 토스를 보고 안심했다. 10월 18일 인삼공사와의 경기를 앞두고 “신인의 마음이다. 긴장된다”고 했지만 김사니의 토스는 빛났다. 김희진과 합작했던 이동공격은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이 “현재 한국배구 최고의 명품”이라고 칭찬했다.


● 변화와 연구, 베테랑 세터는 항상 상대를 본다

V리그 10번째 시즌을 맞는 김사니의 토스와 디그, 블로킹은 세월을 거스른다. 통산수치(표 참조)를 보면 이번 시즌 세트와 디그, 블로킹에서 한창 때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6일 GS칼텍스전에서도 김사니의 능수능란한 배분은 상대의 블로킹을 쉽게 허물었다. IBK는 김사니 덕분에 가장 다양한 공격패턴을 만들어냈고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그날은 개인적으로 불만이 많았다. 컨디션이 나빴고 토스의 높낮이가 들쭉날쭉해 공격수에게 미안했다. 잘 때려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김사니에게 토스의 원칙을 물었다. “변화와 연구”라는 답이 돌아왔다. “시즌 동안 같은 팀과 6번을 경기한다. 상대 팀도 내 토스를 분석하고 준비해서 나올 것이다. 이 때문에 항상 바로 전 경기와 이전 라운드 상대팀과의 경기에서 내가 어떤 토스를 했는지를 생각한다. 블로킹 패턴을 보고 무엇을 집중적으로 마크하는지를 분석해서 그날의 공격을 정한다”고 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웠던 1년 동안 V리그에서 가장 달라진 것이 궁금했다. “서브가 좋아졌다. 어린 선수들이 주눅들어하지 않는다. 프로다운 모습이다. 한마디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KT&G시절 몬타뇨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했던 기억을 되살려 김사니에게 지금의 데스티니와 예전의 몬타뇨를 비교해달라고 했다. 말을 아꼈다. “두 선수가 다 보고 있다. 챔프전이 끝난 뒤 말 하겠다”고 했다. 대신 두사람의 특징을 쉽게 설명해줬다. “데스티니는 날아가면서 때리는 스타일이다. 각으로 치고 길게 때린다. 백어택에 유리하다. 몬타뇨는 미리 와서 수직으로 뛰어서 때리는 스타일이다. 타점은 더 높은 것 같다. 5번 자리 부근에 집중적으로 때린다. 전위에서 더 위력이 있다. 펀치력은 둘 모두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한때 V리그의 모든 팀을 다 뛰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 바람도 접었다. “이제는 대표팀에 불러도 사양하고 오직 소속팀에서만 전념하고 싶다. IBK가 내 마지막 팀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몰론 그 전에 우승 반지는 몇 개 더 끼고 싶은 김사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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