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류중일 감독 “군제대 정인욱 선발-차우찬 롱릴리프 최상 시나리오”

입력 2015-01-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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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를 일군 삼성 류중일 감독이 12일 경산 볼파크 감독실에서 삼성의 우승 기념구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류 감독은 “삼성은 올해가 진짜 위기”라고 강조하고 “사상 첫 통합 5연패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경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

8. 삼성 류중일 감독

2015시즌 프로야구는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개 구단 시대. 프로야구 산업 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들도 대거 새 얼굴이 등장했다. 스포츠동아는 새해 새 출발선에 선 프로야구 각 구단 감독을 만나 팬들이 궁금해할만한 얘기들을 속속들이 물어보는 코너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를 마련했다. 여덟 번째 주인공은 4년 연속 통합 우승에 빛나는 삼성 류중일(52) 감독이다.


이적한 배영수 선발 공백은 정인욱 메워줘야
용병 피가로·클로이드 25승 합작하면 큰 힘
타선은 지난 시즌과 비슷…백업 정도 바뀔 듯

우승하고 끝나니까 기가 ‘싸악’ 빠지는 느낌
코치·선수들과 식사 자리 만들어 소통 노력
올해 가장 무서운 팀은 SK·두산, 한화는 5강


사람이 좋으면 꼴찌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적어도 삼성 류중일(52) 감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늘 ‘허허허’ 소리 내어 웃는 털털한 신사.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한국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최초로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끈 승부사로 변신한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들 한다. 류 감독은 그 자리를 4년간 지켰다. 그리고 올해도 절대 내려오지 않을 생각이다. 삼성의 2015년 시무식이 열린 12일 경산 볼파크에서 류 감독을 만났다. 감독 부임 4년 만에 ‘명장’ 반열에 오른 류 감독의 얼굴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고민이 깊은 얼굴로 “올해가 진짜 위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수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내가 엄청 긍정적인 사람이다”라며 금세 다시 웃었다. 명실상부한 한국프로야구 최강팀 삼성. 그 팀의 수장이라는 자부심이 읽혔다.


-영광스러운 통합 4연패를 이루셨어요. 행복한 겨울을 보내셨겠습니다.

“기분이 좋기는 했지요. 그런데 사실 정말 힘들기도 했어요. 작년에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치르면서 이런 저런 말이 많았고, 또 한국시리즈 때는 ‘이러다 넥센한테 잡히는 거 아닌가’ 그런 스트레스도 좀 받았죠. 다들 넥센이 우승할 거라고 점치고, 나는 정규시즌 우승했으니 한국시리즈 우승 못하면 바보 소리 들을까 싶고. 결국 우승을 하고 끝나니까 몸에 기가 ‘싸악’ 하고 빠지는 느낌이 왔어요. 힘이 하나도 없어서 겨울에 골프를 치는데 말도 안 되는 점수도 나오고. 요즘은 안 아프던 허리도 아파서 치료 받고 있어요. 그래도 힘들면 딱 하나만 생각하면 돼요. ‘그래도 4연패 했잖아’ 하면서요.”


-그렇게 또 다시 새 시즌을 앞두셨네요.

“다 걱정뿐이에요. 2014년까지 4연패했으니, 감독으로서는 2015년도 우승하고 싶은 게 욕심이잖아요. 그런데 우승이란 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승 전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외부 FA(프리에이전트)를 안 잡은 지 꽤 됐고 2년간 빠져나간 선수만 해도 네 명이거든요. 올해는 그런 공백을 잘 메우는 한 해가 되어야겠죠. 게다가 캠프에서 숙제도 많네요. 선발도 하나 찾아야 되고, 마무리도 고민을 해봐야 되고, 용병들도 괜찮은지 봐야 하니까.”


-배영수가 빠진 선발 한 자리부터 고민이시겠어요.

“영수가 로테이션을 꼬박꼬박 채워주던 투수니까, 막상 영수가 없으니 빈 자리가 커요. 군복무 마치고 오는 정인욱이 그 자리에 들어가 주면 베스트죠. 정인욱이 한 자리 차지하면 왼손 차우찬을 계속 롱릴리프로 낼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안 돼서 차우찬이 선발로 오면 또 롱릴리프 자리를 메워야 하잖아요. 백정현도 있고 박근홍도 있지만 그 부분이 걱정스러워요.”


-용병 투수들도 모두 새로 뽑으셨죠.

“새로 온 피가로나 클로이드가 밴덴헐크만큼 잘 할 수 있을지, 일단 구위를 봐야 돼요. 우리 팀도 용병 세 명의 활약에 따라 성적이 좌지우지될 수 있으니까. 작년에 우리가 우승한 것도 밴덴헐크가 활약해준 게 컸잖아요. 둘이 합해서 25승 정도만 해준다면 장원삼과 윤성환이 있으니까 큰 고비 없이 넘어갈 것 같아요. 물론 많이 부진하면 빨리 교체를 하긴 해야 하는데, 그렇게 심하게 못할 것 같지는 않아요. 피가로는 볼이 정말 빠르고 일본에서 야구한 경험도 있으니까. 클로이드 그 친구가 한국 타자들에게 어떻게 먹힐지가 궁금하네요.”


-마무리투수는 임창용 선수가 계속 맡게 될까요.

“작년에 블론세이브가 아홉 개였거든요. 동료의 승수를 그만큼 까먹었으니 본인이 얼마나 미안하겠어요.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아직 선수랑 얘기를 해보지는 않았는데 캠프 가서 훈련 경과를 보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해봐야죠. 사람 몸이 30대 후반을 넘어가면 한 해 한 해 다르잖아요. 창용이가 준비 잘 해서 작년 같은 구위를 유지해준다면 마무리를 하겠지만, 구위가 떨어진다면 차선책으로 안지만이나 차우찬 같은 선수들도 체크해 볼 생각이에요.”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타선 구상은 마치셨나요.

“크게 바뀌진 않을 것 같은데. 일단 나바로가 리드오프이고, 박한이,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 박해민…. 뭐 백업 정도가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백업으로는 군에서 돌아오는 구자욱 선수에게 기대를 하고 있어요. 원래는 3루수인데 박석민이 있으니까, 캠프에서 외야도 하고 1루도 하고 대주자 훈련도 시켜봐야죠. 상무에서는 내야, 외야 다 했다고 하니까. 또 김헌곤이 군대에 갔으니까 오른쪽 외야가 필요한데 강봉규 몸 상태가 괜찮다고 보고 받았어요. 봉규는 오른손 대타로 쓸 생각도 하고 있어요.”


-키플레이어로 이승엽 선수를 많이 꼽으셨죠?

“작년 말까지는 그랬는데, 승엽이가 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고요. 올해도 이승엽이 잘 해줬으면 좋겠지만, 짐을 좀 덜 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수도 발굴해야지요. 정인욱이라든지, 작년에 1차지명으로 뽑은 장필준이라든지 이런 선수들이 잘해주면 좋죠. 장필준은 아직 재활군에 있어서 이번에 캠프는 못 가요. 시범경기 때라도 와서 선발 자리를 하나 꿰차거나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면 고맙죠.”


-그렇다면 올해 어떤 팀이 가장 위협적이세요?

“올해는 신생팀인 kt 빼고는 다 우승 전력인 것 같아요. 144경기 하니까 변수도 많고요. 가장 무서운 팀은 아무래도 SK랑 두산. SK는 일단 10승은 하는 투수 김광현이 한국에 남았고, 작년에도 용병이 애만 안 먹였어도 더 잘했을 것 같아요. 또 두산은 니퍼트를 잡았고, 확실한 10승 투수(장원준)를 데려갔잖아요. 빠르고 장타력 있고 수비 잘 하는 팀이니까 늘 경계해야죠. 또 작년에 우리가 우승했지만 가장 화려한 팀은 넥센이었거든요. 50홈런 나왔죠, 20승 나왔죠, 200안타 나왔죠. 강정호가 빠지는 게 크긴 하지만, 선발진을 어떻게 준비해서 나올지 모르니까. 그리고 올해는 한화가 5강 안에는 무조건 들 것 같아요. 2년 사이에 FA 다섯 명을 채웠고, 내가 이야기할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성근) 감독님 능력도 있고. 가만 보면 삼성이 최고 약한 것 같네.”


-네? 삼성이 약하다고요?

“왜 웃어요. 비웃는 거 아니죠?(웃음) 그런데 나도 코치 시절에 잘 나가던 다른 팀 감독님들이 ‘우리 팀 위기다’ 하면 ‘에이’ 하면서 웃고 그랬거든. 그런데 감독이 돼 보니까 진짜 마음이 그래요. 우리 팀에 뭐가 더 필요한지 그런 것부터 보이고,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매년 위기인 것만 같고, 늘 걱정이 되는 거지. 직접 해보니까 그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어떤 부분이 가장 걱정되세요?

“우리가 몇 년 동안 좋은 선수를 못 받았잖아요. 전교 1등한 선수를 뽑아야 하는데 반에서 1등한 선수들을 데려온 셈인데. 그래서 1∼3군 코치들 모였을 때 이런 얘기를 했어요. 지금 좋은 유망주들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진흙 속의 진주를 찾아야 되고, 선수를 키워야 된다고요. 앞으로 미래의 전력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는 차원에서 ‘선수 없어서 못 키운다’ 생각하지 말고 원석을 캐내달라고 했어요. 그러려면 정성이 또 필요하니까 선수들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하라는 얘기도 했죠.”


-그만큼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어깨가 무겁겠네요.

“훈련이라는 게, 나도 많이 해보고 부상도 당해봤지만 스스로 계획을 세웠으면 목표의식을 갖고 끝까지 가는 친구가 있는 반면에 중도 하차 해버리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건 옆에서 아무리 하라고 해도 안 되고, 본인이 스스로 느껴야 되거든요. 그래서 코치들과 선수들과의 소통이 많이 필요해요. 운동장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때로는 소주 한잔이 필요하면 데리고 나가서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해요. 그런 부분은 또 프런트에서 지원을 해주니까요. 나도 용병들이 오면 꼭 세 명을 데리고 식사 자리를 만들어요. ‘나를 어떤 감독으로 봤노? 나는 너 처음 봤을 때 이렇더라’ 이렇게 얘기해주기도 하고, 한국 프로야구 속성이 어떤지도 얘기하고요. 그런 소통의 자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몇 년 더 연속우승을 하고 싶으신가요. 3연패 하고 나서 팬들에게 ‘이제 목표를 절반쯤은 이룬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잖아요.

“절반? 하하하. 글쎄, 몇 연패라고 말하면 좋을까. 감독이야 사실 늘 우승하고 싶은 게 당연한 거니까, 일단 올 한해부터 잘 끝내놓고 다시 얘기합시다. 하하하.”


● 삼성 류중일 감독은?


▲생년월일=1963년 4월 28일

▲출생지=경북 포항

▲출신교=삼덕초∼대구중∼경북고∼한양대

▲선수경력=삼성(1987∼1999년)

▲선수 통산성적=1095경기 타율 0.265 45홈런 475득점 359타점 109도루

▲프로 지도자 경력=삼성 코치(2000∼2010년)∼삼성 감독(2011년∼현재)

▲국가대표 지도자 경력=2006년 WBC 코치(4강), 2009년 WBC 코치(준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코치(금메달), 2013년 WBC 감독(1라운드 탈락),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감독(금메달)
▲프로 감독 통산성적=
522경기 312승 11무 199패(승률 0.611)

▲프로 감독 포스트시즌 통산성적=24경기 16승 8패, 한국시리즈 4회 우승(2011∼2014년)

경산|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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