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타 서브 이겨내야 이재영이 산다

입력 2015-01-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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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재영이 슬럼프에 빠지며 팀도 연패 터널에서 헤매고 있다. 팀이 6연패를 하는 동안 이재영은 한 번도 두 자릿수 득점을 하지 못했다. 상대 팀의 목적타 서브 때문이다. 이재영은 이 성장통을 이겨낼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 흥국생명 이재영에게 찾아온 시련

상대팀 ‘목적타 서브’에 리시브 불안
이재영 슬럼프오자 흥국생명도 연패
“팀의 미래…스스로 집중견제 넘어야”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 ‘거미줄 배구’ 혹은 ‘발의 배구’로 V리그 화제의 중심에 섰다. 모든 선수들이 부지런히 공을 쫓아가 받아 올리고 반격하는 흥국생명의 배구는 보는 맛이 있었다. 연승 연패의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3라운드까지 상위권에 자리하며 플레이오프 희망을 키웠다.

그런 흥국생명이 최근 추락하고 있다. 13일 도로공사전에서 0-3으로 지며 6연패다. 공교롭게도 이재영의 슬럼프와 연패기간이 겹친다. 쌍둥이 동생 이다영과 함께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던 유망주는 요즘 프로의 무서움을 실감한다. 슬럼프다. 목적타 서브가 만들어준 시련이다. 서브리시브 부담을 훌훌 털고 스스로 일어서기 전까지는 흥국생명도, 이재영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 이재영에게 찾아온 성장통은 목적타 서브

흥국생명은 12월 17일 IBK기업은행과의 풀세트 경기에서 패한 이후 연패다. 5세트 13-13에서 나온 데스티니의 서브가 꽂힌 곳이 미묘했다. 스페셜 비디오판독에서 부심과 비디오판독관 등 3명의 결정이 2-1로 엇갈린 끝에 ‘인’이라는 최종결정이 나왔다. 이후 루크의 백어택을 김사니가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흥국생명은 무릎을 꿇었다. 흥국생명에게 시즌의 분수령이 될 지도 모르는 그 경기는 이재영 배구인생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

이재영은 그날 9득점을 했다. 팀의 연승기간 동안 이어왔던 두 자릿수 득점행진이 끊겼다. 6연패 동안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득점을 하지 못했다. 그날 이재영의 득점이 줄어든 것은 IBK의 집요한 목적타 서브 탓이었다. 무려 32개의 서브가 날아왔다. 이 가운데 12개만 제대로 받아서 세터의 머리 위에 올렸다. 리시브 부담이 커지면서 공격가담 비율은 줄었고 성공률도 떨어졌다. 한술 더 떠 KGC인사공사는 11일 경기 때 조이스가 루크 대신 이재영을 마크할 정도로 상대팀의 집중견제가 이어졌다.


● 모든 팀과 선수에게 부담이 되는 목적타 서브

서브의 공격성이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서브는 상대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최근에는 전담수비수 리베로를 피해 윙리시버에게 서브가 집중된다, 지난 시즌 IBK는 채선아가 팀 리시브의 60%(1192/1974)를 전담했다. 채선아가 버텨주면서 리그 우승까지 쉽게 내달았지만 챔프전에서 GS에 패했다. 베띠와 카리나의 파괴력에서 차이가 났지만 큰 경기에서 흔들린 채선아의 리시브도 원인을 제공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IBK는 채선아의 리시브에 따라 팀이 울고 웃는다. 리베로 남지연 마저 흔들릴 때는 답이 없었지만 그나마 최근 남지연이 살아나면서 안정감이 생겼다.

이정철 감독은 많은 부담을 짊어진 채선아에게 “견뎌라. 모든 공이 네게 온다고 생각해라. 운명으로 받아들여라. 코트에서 너를 도와줄 선수는 없다”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 감독은 흥국생명 경기 때는 이재영, 현대건설 경기 때는 리베로 김연견을 타깃으로 목적타 서브를 지시한다. “현대건설은 김주하의 리시브가 좋아 리베로를 공략해야 효과가 크다”고 했다. 황연주도 상대의 공격대상이다.

GS칼텍스는 한송이가 이 부담을 지고 간다. 지난 시즌 가장 수비를 잘했던 팀 KGC인삼공사가 고전하는 것은 리베로 임명옥의 부상과 함께 백목화에게 집중되는 서브와 관련이 있다. 도로공사도 고예림 김선영이 목적타 서브를 견디지 못해 흔들렸지만 이제는 그 약점을 보완하면서 안정된 팀이 됐다. 그래서 배구는 서브와 리시브의 경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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