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렐라’ 이정협, 또 통했다

입력 2015-01-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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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호주전 결승골…한국 조1위 견인

군대 1년 선배 이근호 패스 골로 연결
사우디전 A매치 데뷔골 이어 또 폭발
“‘신데렐라’답게 끝까지 내 역할 집중”

이정협(24·상주상무·사진)은 축구국가대표팀에서 ‘신데렐라’로 통한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그를 눈여겨본 뒤 최종 엔트리(23명)에까지 포함시켰다. 모두가 놀랄 만한 결정이었다.

이정협은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4일 시드니)에서 대뜸 데뷔 골을 터트렸다. 이어 17일 브리즈번에서 벌어진 개최국 호주와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선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결승골까지 뽑았다. 전반적인 경기력 측면에선 여전히 의문부호를 낳고 있지만, ‘신데렐라’라는 별칭에 딱 어울릴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정협은 호주전을 마친 뒤 “사실 5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브리즈번 경기장의 표가 거의 다 팔렸다는 얘기를 듣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경기장에 들어갈 때는 풀타임으로 뛴다기보다는 내 한계가 될 때까지만 뛰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부지런하게 움직였고, 전반 33분에는 결승골까지 넣었다. 그는 “대표팀에서뿐 아니라 소속팀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해본 적이 많지 않아 힘들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그라운드 위에서 더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골을 기록한 직후 군인 신분에 걸맞게 거수경례로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그런데 호주 관중이 엄청나게 많은 쪽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그는 “골을 넣고 거수경례를 했는데,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지더라. 그래서 더 보란 듯 당당하게 그들을 바라봤다”고 털어놓으며 멋쩍게 웃었다.

이정협은 이날 이근호(30·엘자이시SC)의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했다. 둘은 지난해까지 상주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근호가 이정협의 군대 1년 고참이다. 이정협은 “경기가 끝난 뒤 (이)근호 형이 ‘군인들끼리 한 건 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더 의미가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근호는 “(이)정협이가 오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100% 수행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압박을 잘해줬다. (이)정협이가 골을 넣어서 개인적으로도 기쁘고, 팀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 같다”며 후배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정협은 “신데렐라라는 별명은 좋은 것 같다. 그에 어울릴 수 있도록 대회가 끝날 때까지 집중하겠다”며 “앞으로도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내게 볼이 왔을 때 잘 소유해야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런 부분을 신경 쓰면서 발전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멜버른(호주)|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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