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정기고-버스커버스커-박효신-아이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동아닷컴DB·CJ E&M·젤리피쉬
소유·정기고의 ‘썸’이 전 연령층 아우르며 1위
20∼40대는 발라드 등 ‘듣기 편한 노래’ 선호
테마별 선곡 ‘큐레이션 음악’ 연령별 소비 비슷
‘세대공감’이냐, ‘획일적 소비’냐!
대중음악의 소비 연령층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그만큼 나이대별로 즐겨듣는 음악도 다양할까. 적어도 지난 한 해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 세대가 같은 음악을 듣는 ‘세대공감’으로 해석하는 시선과 함께 디지털 환경이 조성한 ‘획일화한 소비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몰고 온 1990년대 대중음악에 대한 ‘향수’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포츠동아는 음악사이트 멜론과 지니에 각각 ‘2014년 연령대별 스트리밍 차트 톱10’ 자료를 의뢰해 지난 한 해 각 연령대별로 어떤 음악을 많이 들었는지 집계했다. 이에 따르면 10대∼50대가 즐겨 들은 노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멜론의 50대 이상 이용자는 나름의 소비 패턴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10대는 아이돌, 청장년층은 감상용 음악 선호
전 연령을 아우르며 1위를 차지한 노래는 소유·정기고의 ‘썸’이었다. 멜론과 지니 모두 같았다. 지니 이용자들은 연령층과 상관없이, 멜론에서는 10대와 20대, 40대가 가장 많이 들었다.
10대는 아이돌 가수에 열광했다. 멜론에서는 ‘썸’에 이어 비스트, 태양, 인피니트, 블락비, 아이유, 엑소의 노래가 3∼9위였다. 박효신의 ‘야생화’(2위)를 제외하면 아이돌 일색인 셈이다. 지니에서도 블락비, 아이유, 에이핑크, 하이포, 엑소, 위너 등 톱10의 과반수가 아이돌 차지였다.
20∼40대는 공통적으로 발라드나 부드러운 힙합 등 ‘듣기 편한 노래’를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멜론에선 ‘으르렁’(엑소)과 ‘강남스타일’(싸이)을 제외하면 ‘벚꽃엔딩’ ‘야생화’ ‘자니’(프라이머리) ‘금요일에 만나요’(아이유) ‘눈, 코, 입’(태양) ‘지우개’(알리) ‘오피셜리 미싱유, 투’(긱스·소유) ‘?(물음표)’(프라이머리) 등이 20∼40대 애청곡 톱10에 올랐다. 지니에서도 에이핑크 ‘미스터 츄’를 제외하면 멜론과 대동소이하다. 40대에서 비스트의 두 곡이 8∼9위를 차지한 게 눈길을 끌지만, 10대 초반 자녀들이 부모의 아이디로 음악을 들었을 거란 추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50대는 젊은층과 다른 소비성향을 나타냈다. 멜론에서는 섹시 걸그룹의 음악과 KBS 2TV ‘불후의 명곡’ 출연가수의 곡을 즐겨 들은 점이 특이했다. 2013년 걸스데이 ‘기대해’와 라니아 ‘저스트 고’가 각각 1, 5위를 차지했고, ‘불후의 명곡’의 알리가 남성그룹 씨클라운과 함께 부른 ‘그땐 그랬지’가 2위, 솔로곡 ‘지우개’가 3위를 차지했다. 지니에선 감상용 음악이 톱10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이후 많은 중견가수들이 돌아왔고 재결성 바람이 불었지만 이선희가 그나마 30∼50대 지니 차트 톱10에 올라 자존심을 지켰다.
● 음악소비의 획일화, ‘소비의 간편함’이 낳은 현상
세대는 달라도 듣는 노래가 비슷한 이유는 음악소비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멜론과 지니에 따르면 음악사이트 이용자들 대부분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음원 다운로드보다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호하는 추세다. 특히 멜론의 경우에는 스트리밍 소비가 다운로드수를 압도한다. 또 운영자가 테마별 음악을 선곡해놓은 ‘큐레이션 음악’ 소비가 늘면서 연령별로 비슷한 소비행태가 나타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니의 올레뮤직 최윤선 홍보영업팀장은 “연령층을 막론하고 신곡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정서적 만족감을 위해 노래를 듣는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연령대별 비슷한 음악을 듣는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다른 세대가 같은 노래를 듣는 현상은, 1년에 대략 3만곡의 디지털 음원이 쏟아지는 어지러운 환경 속에서 소비의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행태가 낳은 ‘강제적인’ 세대공감인지도 모른다.
멜론의 통합 스트리밍 차트 톱10에는 ‘벚꽃엔딩’(버스커버스커) ‘야생화’(박효신) ‘자니’(프라이머리) ‘금요일에 만나요’(아이유) ‘눈, 코, 입’(태양) ‘으르렁’(엑소) ‘한여름밤의 꿀’(산이·레이나) ‘오피셜리 미싱 유, 투’(긱스·소유) ‘?(물음표)’(프라이머리) 등이 2∼10위를 차지했다. 이 중 ‘벚꽃엔딩’ ‘자니’ ‘오피셜리 미싱 유, 투’ ‘?(물음표)’는 모두 2012년 발표된 곡이어서 눈길을 끈다. 지니 통합차트에서는 ‘썸’ ‘한여름밤의 꿀’ ‘눈, 코, 입’, ‘야생화’ ‘금요일에 만나요’가 1∼5위를 차지하며, 멜론 톱10과 공통점을 보이지만, 아이유 ‘너의 의미’, 에이핑크 ‘미스터 츄’, 하이포&아이유 ‘봄 사랑 벚꽃 말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삽입곡 ‘렛 잇 고’, 악동뮤지션 ‘200%’ 등 지난해 발표된 노래가 6∼10위에 오르며 멜론과 다른 모습이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