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힘든 시간을 보낸 화요비는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로 자신의 생년월일을 새 앨범제목으로 했다. 올해가 데뷔 15주년이라 새로운 출발에 대한 각오도 남다르다. 사진제공|호기심스튜디오
작년 공연 사고후 눈물의 사과영상
5년만의 공연인데 정말 죄송했어요
아직도 전 소속사와 분쟁중…
덕분에 순수한 음악 열정 되찾았죠
이젠 의무감이 아닌 뜨거움으로
짙은 감성의 음악 보여드릴게요
가수 화요비는 작년 12월30일 ‘그 사람:화요비’ 공연을 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틀 공연 중 첫날이었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쓰러지면서 머리와 오른쪽 어깨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 입이 마비되고, 팔다리가 뒤틀리기까지 했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눈을 떠보니 병실이었고, 자신을 둘러싼 스태프가 보였다. ‘내일 공연은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관객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들었다. 곧장 집으로 돌아가 관객에게 사과의 뜻을 영상으로 전했다.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이를 촬영하는 스타일리스트도 눈물을 흘린 탓에 영상은 흔들렸다. 이틀째 공연은 무사히 마쳤다.
그로부터 보름 후 화요비는 새 앨범 ‘820211’을 냈다. 3년 만의 신작이다. ‘눈물의 사과 영상까지 필요했냐’는 말에 그는 “5년 만의 공연이었다. 평소 잘 안 하는 살가운 표현까지 하며 팬들에게 ‘꼭 오라’ 했는데, 쓰러져버렸으니 얼마나 미안했겠느냐”며 겸연쩍어 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다”는 화요비는 “공연 며칠 전 경찰서에서 대질심문을 했던 터라 스트레스가 많았고, 오랜만의 공연인데 ‘잘 해야겠다’는 압박도 컸던 것 같다”고 했다.
화요비는 작년 10월 자신의 인감을 도용해 거액의 투자금을 받았다며 전 소속사 대표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조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 소속사에서 “3년의 허송세월”을 끝내고, 새 소속사에서 새 출발을 계획했던 화요비는 첫발부터 삐끗했지만 “좋지 않았던 모든 걸 ‘열의’와 ‘각오’로 승화시키고 있다”며 ‘액땜’으로 여겼다.
앨범 제목 ‘820211’은 화요비의 생년월일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는 점에서 “초심을 담아” 지었다.
서른 살에 들어간 전 소속사에서 제대로 활동은 못하고, 서른셋이 돼서야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며 나왔지만 “지난 3년의 암흑기는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구나’를 새삼 깨닫게 해줬다. 과거엔 ‘뜨거움’보다 의무감으로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이번엔 진짜 ‘뜨거움’으로 작업했다. 15년차에 다시 뜨거움을 느꼈다는 건 참 고무적인 일이다. 작업하면서 참 즐거웠다”고 돌이켰다. 그리고 “서른이 되면서 시작된 어둠의 긴 터널, 아직도 거기서 나오지는 못했지만 서서히 출구가 보인다”고 했다.
시련을 계기로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되찾았다는 그는 그렇게 데뷔 15주년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고 있었다. 특히 타이틀곡 ‘그 사람’도 “처음 받을 때부터 무조건 타이틀곡이라 생각했던 곡”이었을 만큼 신곡에 대한 자신감도 커, 음반 활동에 대한 의욕도 충만하다.
“트렌드를 거부할 마음은 없지만, 상업성을 무작정 쫓으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따지기보다기보다 내가 느꼈을 때 좋은 음악을 골라 담았다.”
한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엉뚱한 발언과 행동으로 인기가 높았던 그는 “예능에 대한 생각은 열려 있지만, 여군(‘진짜사나이’) 같은 건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가을이면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걸 만들어보겠다”는 그는 ‘절대감성을 가졌다’ ‘감성이 좋다’는 칭찬이 “지난 15년의 가수 생활에서 가장 기쁜 칭찬”이었다며 앞으로 15년도 “뜨겁게 불태우겠다”고 했다.
“더욱 짙은 감성의 음악을 노래하며 가사로 말하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