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몸 아픈 어머니, 언제까지 경기장 오실지…”

입력 2015-02-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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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스타 김주성은 효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부모는 몸이 불편하지만, 아들을 한국농구의 대들보로 키워냈다. 지금도 경기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한다. 김주성은 “어머니께 늘 최선을 다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열심히 뛴다”며 웃었다. 스포츠동아DB

날 지탱하게 하는 건 부모님의 사랑이다

옛말에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 못 모신다’고 한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도 있다. 자식이 아무리 정성을 다하더라도, 하늘같은 부모의 은혜에는 이를 수 없을 터. 자식의 도리로 부모의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것이 인생일지 모른다. 한민족 모두의 정이 오가는 명절 설이다. 어느 때보다 부모사랑, 가족사랑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때다. 한국남자농구의 대표스타 김주성(36·동부)과 한국사격의 미래 김청용(18·청주 흥덕고)의 ‘부모님 전 상서’를 통해 부모사랑과 가족사랑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 프로농구단 동부 김주성의 사모곡

등 굽은 어머니, 아들 다칠까 항상 노심초사
앉아계신 관중석 향해 경기 전에 손 흔들고
늘 최선 다하는 아들의 모습 보여주고 싶어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스타 김주성(36·동부)은 1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관중석 한곳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김주성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그의 부모 김덕환(65)-이영순(57) 씨 부부가 앉아있었다.

김주성은 농구 실력으로뿐 아니라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효자로도 유명하다. 그의 부친은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고, 모친은 등이 굽은 장애를 안고 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들을 농구스타로 키워내기 위해 평생을 바친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김주성은 여전히 코트 위에서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 김주성을 지탱한 부모님의 사랑

김주성의 어린시절 가정형편은 넉넉지 못했다. 고교시절에는 농구부 회비를 낼 돈조차 없어 사정을 안 농구부 감독이 이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그의 부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들이 모자람 없이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에 나섰다.

김주성은 “집이 가난하다보니 배부르게 먹고 지내지 못했다. 살이 찌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 속에서 부모님은 한 끼 덜 드시는 한이 있더라도 나와 여동생을 먹이시려고 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중·고교, 대학교를 다니면서 한번도 부모님이 장애인이라고 창피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떠올렸다. 부모의 정성어린 뒷받침은 김주성을 지탱하는 동기부여이자 힘이었다. 그는 “나는 늦은 시기(중학교)에 농구를 시작했다. 그래서 힘든 훈련과 합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 때마다 부모님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 금메달보다 중요한 아들의 건강

김주성은 2002년 프로 데뷔 이후 수많은 업적을 쌓아왔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2차례(2003∼2004·2007∼2008시즌)와 플레이오프 MVP 2차례(2004∼2005·2007∼2008시즌)를 각각 수상했다. 국가대표로도 2002부산아시안게임과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남자농구 역사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선수는 김주성뿐이다.

숱한 영광을 누린 김주성이지만, 그의 부모는 금메달이나 우승 때보다는 아들이 부상 없이 대회나 시즌을 마쳤을 때 가장 기뻐했다. 김주성은 “두 번이나 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이다. 부모님도 많이 자랑스러워하시겠지만, 그보다 내가 다치지 않고 경기를 잘 마치는 것만으로 기뻐하신다. 부상 위험이 많은 종목인데다 뛰다가 발목이 돌아가 다친 적도 많아서 항상 노심초사하며 경기를 보신다. 경기 후 통화를 하면 ‘넘어진 데는 괜찮냐’고 물어보신다”고 밝혔다.

이제는 김주성도 부모의 건강이 걱정스럽다. 특히 지난해 모친의 건강이 악화돼 부친 홀로 경기장을 찾고는 했다. 다행히 올 시즌 들어 모친의 건강이 호전된 덕분에 다시 부부가 함께 경기장을 찾아 아들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있다. 김주성은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겨서 인지 요즘은 경기 전 부모님이 앉아계신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든다. 어머니가 한 번 아프시고 나니 ‘경기장을 찾아오시는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머니께 늘 최선을 다하는 아들의 모습으로 남고 싶어 열심히 뛰고 있다”며 웃었다.


● 가족 같은 동료들

팀 내 최고참인 김주성은 숙소생활에서도 가족 같은 분위기를 추구한다. 비시즌에는 후배들의 가족, 여자친구와 식사를 함께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김주성은 “부모님과 함께 서로 의지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내서인지 프로생활에서도 동료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돕는 분위기가 좋더라. 합숙생활을 하다보니 가족보다 선수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팀 동료들은 또 다른 가족이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나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나 각자 고충이 있다. 이를 서로 공유하고 사생활 면에서도 힘든 일이 있으면 돕는 분위기다. 지금 우리 팀 분위기가 매우 좋다.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경기력이 더 좋아지고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부상 없이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내면서 좋은 성과를 내길 기대하고 있다”며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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