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kt 위즈
불과 몇 해 전까지 프로야구 감독은 지엄한 카리스마가 가장 큰 미덕으로 꼽혔다. 현역 감독 중에도 이를 고수하는 사령탑이 있다. 해태시절 김응룡 전 감독이 그렇다. 김 전 감독과 일년 내내 말 한마디도 나눠보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을 정도다. 최근 대세는 소통 리더십이다. 형님 리더십으로도 불리는데 류중일 삼성 감독, 김기태 KIA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도 소통이 강점이었다.
이들보다 한 세대 앞인 조범현(사진) kt 감독, 김경문 NC 감독 등은 연륜, 감독으로 경력 등이 많아 선수들이 매우 어려워한다. 그래서 감독이 먼저 적극적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기도 한다.
조범현 감독은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서 아침밥으로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2년차 거포 유망주 문상철(24)은 허리 부상 재활을 마치고 최근 캠프에 합류했다. 주전 3루 후보로도 꼽혔지만 외국인타자 앤디 마르테가 영입되며 자리가 좁아졌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자신의 포지션에 외국인선수가 선발되는 일은 악몽처럼 끔찍할 수밖에 없다. 조 감독은 25일 아침 문상철과 겸상을 하며 “아프지 말고 열심히 하자. 그러면 좋은 일이 많을 거다”고 덕담을 했다. 문상철의 입이 벌어진 건 불 보듯 뻔한 일.
문상철 뿐 아니라 부상으로 힘들어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들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아침밥을 함께 하며 격려도 하고 조언도 한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려운 존재이자 함께 있는 것이 매우 어색할 수 있지만 아침을 함께 먹는 시간은 좀 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 감독은 무릎 수술 경험이 있는 김상현에게 수비 부담을 덜기 위해 1루 기용을 구상했다. 그러나 김상현과 대화를 나누며 “1루가 더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말을 들었고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소통이 단절 됐다면 꽤 오랜 시간 불편함이 남아있을 일이었다. 이쯤 되면 조 감독을 ‘밥상머리 소통 리더십의 고수’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하다.
가고시마|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