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는 ‘숭어’를 작곡하지 않았다

입력 2015-03-03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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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10년이 됐다. 강산은 변했을지 몰라도, 이 축제가 지닌 가치와 ‘소리’의 아름다움은 10년 전 그대로일 것이다.

테마가 재미있다. 10주년다운 테마다. 이름하여 ‘10’이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매년 주제가 있었다. 그 주제를 하나 하나 꺼내어 올해 무대에 옮겨놓는다. 예를들어 4월 27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오프닝 콘서트의 주제는 ‘2006’이다. 2006년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출범한 해다.

당시 축제의 서막을 올렸던 곡들을 이날 연주한다. 연주자의 면면이 화려하다. 강동석, 조영창, 오귀스탱 뒤메이, 김영호, 김상진, 송영훈 등 클래식팬들의 눈과 귀에 익숙한 연주자들이다. 대형 소프라노 홍혜경도 오프닝 무대에 선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연주회는 4월 29일의 ‘2007’이다. 2007년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은 ‘민속음악 하모니’를 주제로 열렸다. 포레의 ‘네 손을 위한 돌리모음곡’, 큐이의 ‘5개의 소품’, 시벨리우스의 ‘피아노4중주 G단조’, 풀랑의 ‘고성으로의 초대’ 등을 연주한다. 낯선 작품들이지만 듣고 싶어 귀가 간지러워진다.

‘그래도 아는 곡이 좀 있어야지’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필요가 없다. 실내악의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 송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강동석, 오귀스탱 뒤메이, 조영창, 김영호, 재스민최(최나경), 제레미 메뉴힌이 무대에 선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최고의 연주자들이라 해도 무리가 없는 라인업이다.

아직도 슈베르트의 ‘송어’인지 ‘숭어’인지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송어’와 ‘숭어’가 같은 어종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봤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두자. ‘송어’다. 그리고 이 두 물고기는 ‘김철수’와 ‘김순희’만큼 다른 어종이다.

송어와 숭어는 사는 곳부터가 다르다. 물론 생김새도 다르다. 송어는 민물고기고 숭어는 바닷고기다. 우리가 종종 먹는, 광어나 우럭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더 반가운 빨간살의 회는 송어회다. 무지개송어횟집에 가서 숭어회를 주문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추천무대 하나 더.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윤보선 고택에서 작은 콘서트가 열린다. 원래 비공개 초대공연이었지만 올해는 특별히 유료공연으로 진행한다. 아름다운 고택에서 호젓하게 듣는 실내악의 귀맛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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