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래 감독 “슈틸리케 감독 왔는데…전남 선수들 사고 한번 쳤어야”

입력 2015-03-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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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극프로축구연맹

노상래감독 14년전 히딩크 앞 2골 추억
소속팀 선수들이 잘해 대표팀 승선 희망

“벌써 이래저래 십수 년이 흘렀네요.”

전남 드래곤즈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개막전이 벌어진 8일 광양전용경기장. 긴장되는 프로 사령탑 데뷔전 킥오프에 앞서 전남 노상래(45·사진) 감독은 잠시 추억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 시계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2001년 3월 25일 전남과 성남일화(성남FC 전신)의 정규리그 개막전이었다. 당시 전남의 최고 스타였던 노 감독은 전반 37분과 후반 31분 왼발과 오른발로 2골을 몰아치며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사실 여기까진 특별할 게 없다. 그러나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K리그를 누비며 246경기에서 76골·40도움을 기록한 그가 이 순간을 떠올린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울리 슈틸리케(61) 대표팀 감독이 전남-제주전을 직접 보기 위해 광양 나들이를 했기 때문이다.

노 감독의 기억이 멈춰 선 14년 전 3월 전남-성남전 때도 2002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거스 히딩크(69) 감독이 광양을 찾았다. A대표팀 수장의 방문은 전남과 성남 선수단 모두를 설레게 했다. 그런 무대에서 2골을 몰아쳤으니 주변에서 더 난리가 났다. 기자들의 전화가 이어졌고, 일부 매체들에선 ‘노상래, 히딩크와 극비 면담’, ‘노상래, 히딩크호 승선 확정’ 등 노 감독의 A대표팀 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이 발탁한 선수는 노 감독이 아니었다. 당시 노 감독의 팀 후배이던 미드필더 김남일(38·교토상가)이 훗날 대표팀에 승선했다. 노 감독은 “내 나이 31세였다. 당시 꿈은 대표팀보다 K리그 레전드였다. 그리 서운하진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제자들이 화두에 오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 감독은 “14년 전 큰 사고를 치고도 (대표팀에) 못 갔는데, 오늘은 (슈틸리케 감독 앞에서) 후배들이 제대로 사고를 치고 큰 꿈을 이뤘으면 한다. 2골쯤 넣으면 되지 않겠느냐”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물론 경기 결과는 2% 아쉬웠다. 대표팀 승선 범위의 선수들이 두드러진 플레이를 펼친 것도 아니다. 그래도 노 감독은 긍정 마인드를 잊지 않았다. “첫 경기란 부담 속에서도 아이들이 잘 싸우지 않았느냐. 오늘 못한 건 내일 더 잘하면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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