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한화에서도 전매특허인 ‘벌떼 마운드’를 운영한다. 필승조인 안정진 트리오(안영명-박정진-윤규진) 외에도 스프링캠프에서 좌완과 잠수함 카드를 다양하게 만들어 상대와 싸움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2경기 불펜투수 10명 10이닝 무실점 합작
벌떼 마운드 화룡점정은 좌완·잠수함 투수
마일영·허유강·정대훈·임경완 중용 시사
한화 김성근(73) 감독의 전매특허는 ‘벌떼 마운드’다. 처음 프로팀 감독을 맡았던 OB 시절에도 그랬고, 태평양 시절, 쌍방울 시절, LG 시절, SK 시절에도 그랬다. 특히 마운드의 힘이 약한 팀을 맡을수록 다양한 카드를 마련해 현란하게 투수를 교체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투수를 투입하는 인해전술로 싸워왔다. 한화에서도 ‘벌떼 마운드’ 전략은 유효하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 최근 6년간 5차례 꼴찌로 추락한 데에는 약한 마운드가 결정타였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악의 팀방어율(6.35)을 기록하기도 했다. 마운드 재건 없이는 반등의 실마리를 풀 수 없다는 생각에 김 감독은 한화 사령탑에 오른 뒤 ‘일벌’들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써왔다. 과연 한화 마운드는 환골탈태할까.
● 드러나는 한화 벌떼 마운드의 위용
한화에서도 ‘김성근식 벌떼 마운드’ 구축에 대한 희망이 무르익고 있다. 지난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3명(배영수 송은범 권혁)을 영입하고, 검증된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과 미치 탈보트도 데려왔다. 여기에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다양한 일벌들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벌떼? 일단 숫자적으로는 많아졌어.” 김 감독은 웃었다.
7일과 8일 LG와 시범경기 2경기를 치렀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선발로 등판한 탈보트와 이태양을 제외하더라도, 불펜투수들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7일 임경완∼최우석∼마일영∼송창식으로 이어진 불펜진이 4.1이닝 무실점, 8일에는 정대훈∼유창식∼최영환∼김기현∼김민우∼허유강이 5.2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이틀간 구원투수 10명이 10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단 2게임이지만 불펜 방어율 0.00. 새로 영입한 권혁, 불펜 필승카드인 ‘안정진(안영명∼박정진∼윤규진) 트리오’, 양훈, 조영우, 장민제, 정민혁 등의 자원은 아직 가동도 하지 않은 상태라 더욱 고무적이다.
● 김성근표 벌떼 마운드 핵심은 좌완·사이드암
숫자도 숫자지만 다양한 유형의 카드들이 만들어진 것이 중요하다. ‘김성근표 벌떼 마운드’의 핵심 포인트는 예나 지금이나 좌완과 잠수함이다. 그런데 한화에서도 왼손 카드가 풍부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좌완 전력이 실질적으로 박정진 뿐이었지만, 올해는 권혁에다 최근 수년간 허리 수술 여파로 전력에 큰 힘이 되지 못한 마일영도 그림에 들어왔다. 김 감독은 “마일영이 재미있을 것 같다”며 “과거 상체가 뒤로 젖혀져서 공을 던졌는데 폼을 수정하면서 힘들이지 않고 공을 앞에서 때리고 있다. 올 시즌 원포인트 릴리프로 요긴하게 쓸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김기현에게도 관심을 두고 있다.
‘김성근표 벌떼 마운드’의 화룡점정은 역시 잠수함(언더·사이드암)이다. OB 시절 박상열 김진욱, 태평양 시절 박정현, 삼성 시절 김성길, 쌍방울 시절 김현욱 김기덕 성영재, LG 시절 전승남, SK 시절 조웅천 정대현 등 김 감독에게는 늘 잠수함 투수들이 있었다. 한화에서는 허유강 정대훈 임경완이 김 감독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김 감독은 “허유강이 괜찮다”며 중용할 뜻을 내비쳤고, “정대훈도 어디서 쓰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임경완은 경험이 있는 선수 아닌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범경기는 일벌이 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기간. 김 감독은 “캠프에서 투수 쪽에 다양한 카드들을 만들었는데, 시범경기를 하면서 선수마다 승부를 어떻게 갖고 가느냐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도 보인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