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우승 열망으로 가득한 전북현대는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정복을 향한 잰걸음을 놓고 있다.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스포츠동아 창간 7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동국, 최강희 감독, 에닝요(왼쪽부터)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활짝 웃고 있다. 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
“홈 평균관중 3만명 꿈 꼭 이루고 싶다”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
“경기 뛸때 유일하게 나이 잊을 수 있어”
돌아온 복덩이 에닝요
“우승 트로피는 한번 더 들어올려야죠”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는 예전처럼 올 시즌에도 ‘절대 1강’으로 분류된다.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이름 붙였진 팀 컬러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가장 화려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는 팀이다.
이런 전북에 화끈한 ‘공격 DNA’를 심어준 3인이 있다. “전력 여부를 떠나 적어도 홈 관중 앞에선 물러서지 않고 과감하게 몰아쳐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지닌 최강희(56) 감독과 누구보다 지도자를 잘 알고 따르는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36), 브라질 공격수 에닝요(34)다. 이들은 과거 ’촌북‘으로 불리며 지역 변방팀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전북에 각종 우승트로피를 안긴 주역들이다. 2009년 입단한 에닝요는 창춘 야타이(중국)로 잠시 외도를 떠난 기간(2013년 7월∼2014년 12월)을 제외하고는 전북에서 최고의 축구인생을 설계했고, 올해 초 되돌아왔다.
● 진심이 숨쉬는 공간!
최강희(이하 최)=우리가 함께 인터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 솔직히 우리 아이들이 너무 잘해서 고민이야. 못해도 걱정일 테지만 지금 상황은 정반대니까. 지금 같으면 축구 규칙을 바꿨으면 좋겠어. 11명이 아닌 15인제로 바꾸자고. 참, (이)동국이가 삐쳤을까봐 걱정이 커. 얼마 전 “이동국을 후보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동국(이하 이)=(웃으며) 별 말씀을. 제가 지금껏 잘 뛰고 있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신 분이 누군데요. 저희들이 단순히 이기기 위해, 또 경기를 위해 뛰는 게 아니라는 걸 아시잖아요. 솔직히 감독님을 위해 뛰자는 분위기가 항상 넘쳐나고 있죠.
에닝요(이하 에)=프로선수는 꿈을 먹고 살죠. 그리고 성과가 필요해요. 그건 우승이에요. 평생 축구선수를 하는 동안 우승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 전북에서 2번씩이나 우승을 경험했죠.
최=아이고, 서로 인연이 닿았으니 지금 한솥밥을 먹고 있지. 떠났다가 돌아오고.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고…. 항상 선수들의 진심을 느끼고 있어. (에닝요를 바라보며) 전북에 돌아와서 행복하다는 말을 하는 유턴파 친구들의 의도를 잘못 해석할 때도 있었는데, ‘정말 진심이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지.
이=믿음과 신뢰죠. 그것이 전북의 힘이 되고, 또 응집력이 되고 있으니. 우리가 왜 뛰고 있는지, 어떻게 뛰어야 할지를 항상 느끼잖아요.
에=아주 서운한 건 아닌데, 그래도 드릴 말씀이 있어요. 왜 잘한 건 칭찬을 잘 안하시면서 못하는 건 질책하시나요?
최=내가 그랬나? 칭찬에 인색한 편은 아닌데. 그래도 에닝요를 보면 용병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오전 훈련에 일찍 나와 혼자 프리킥 연습을 하고, 오후 훈련이 없어도 계속 볼을 차는 걸 보면서 행복해진다. 네가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레오나르도 등 다른 외국인 동료들까지 난리법석이잖아.
● 우승, 영원한 자극!
이=경기를 뛸 때마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솔직히 힘겹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으니까. 나이를 잊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순간이라고 할까요?
에=그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해요. 여기에 덧붙이자면 열망과 의욕이죠. 축구선수가 아무리 많은 우승을 경험해도 또 다른 트로피를 수집하려는 건 욕심이 아니잖아요. 우승은 하면 할수록 좋죠. 다른 버릇보다 우승하는 버릇이 더 좋지 않나?
최=그건 지도자도 마찬가지야. 작년 우승과 올해 우승은 또 다르고, 지난번에 이긴 것과 지금 이기는 건 전혀 다를 테니. 2009년을 기점으로 우리가 우승권으로 향해가면서 더욱 동기부여가 확실해졌지. 요즘도 클럽하우스에서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문득 옛날 생각이 들곤 해. ‘아, 전북이 별(우승 상징)을 달 수 있나?’ 그런데 벌써 중장(별 3개)으로 진급했잖아.
이=올해는 어떤 것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을 품에 안아야죠.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전북은 우리만의 힘이 있다고 봐요. 2011년 준우승의 한을 풀고, 2006년 이후 9년 만에 정상을 밟아야죠. 기다림의 시간이 두 자릿수를 넘어가긴 싫어요.
에=맞죠.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릴수록 기억에 오래 남겠죠. 그래서 더 우승하고 싶고, 더 뛰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요. 이동국 형님이 저렇게 오래 뛰는 것처럼.
최=아, 그건 동국이처럼 먹여 살릴 식구들이 많으면 된다. 그래, 성적 부담을 더 가지란 말이지? 계속 채찍질 해야겠네. 너희 나이를 확 줄였으면 좋겠다. 딱 5년만 더. 자꾸 주변에서 우릴 ‘양로원’으로 표현하던데, 한 번도 물음표를 가진 적이 없어. 오히려 원숙해졌다고 생각해. 2009년 첫 우승을 할 때는 애절하고 간절했다면, 지금은 다소 여유를 갖고 확신을 하고 있어.
● 또 다른 자극을 찾아!
이=그나저나 에닝요가 참 많이 고생한 것 같아요. 예전 처음 만나 썩 좋은 몸놀림을 보이지 못할 때 ‘군대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중국 생활이 군대를 대체했다고 느껴져요. 역시 사람은 고생 좀 해봐야 진짜 사람이 되는 법이죠.
에=한창 젊을 때는 실감하지 못한 단어가 있어요. ‘우리’라는 표현이죠. 나만 잘하면 다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꼭 중국에서 고생해서 그렇다기보다는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끼고 있죠.
최=전북 지휘봉을 잡은지 벌써 10년차야. 세계 10대 불가사의에 나와 전북의 인연을 포함시켜야 해. 어떻게 보면 이미 많은 꿈을 이뤘다 싶지만, 지금은 우승트로피 수집과 함께 전북만이 할 수 있는, 전북만의 특화된 색채를 입힐 때라고 봐. 진짜 명문으로 향하는 거지. 평균관중 3만명이 지금은 꿈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향하는 목표대로라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
이=선수들도 그 순간을 기다려요. 꽉 찬 스탠드를 바라보며 슛을 할 때의 짜릿함은 경험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물론 처음 전북 유니폼을 입었을 때보다는 홈팬들이 크게 늘었고, 어느 정도 전국구 팀으로 발돋움하려 하는데, 축구화를 벗기 전에 한 번은 꼭 그런 느낌을 받고 싶어요.
에=뭐, 제 뜻을 받아주실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은퇴할 생각인데, 꽉 들어찬 경기도 필요하겠지만 유럽과 남미처럼 시즌 개막 이전에 시즌권이 매진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은퇴하고 싶어요.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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