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디스텔로, 우주를 닮은 신비로운 밴드

입력 2015-03-30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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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기타-신디사이저의 애쉬, 드럼의 주연, 보컬-신디사이저의 박상진.


지난 해 정규 1집 앨범 'Experience'로 여행을 통한 경험을 나누고자 했던 일렉트로닉 록밴드 루디스텔로가 이번에는 2집 앨범 'Flashpoint'로 우주를 담아 돌아왔다.

“사운드나 분위기는 우주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우주가 있잖아요. 각자의 우주가 만나서 사랑도 나누고 우정 나누는 그런 신비스러운 것들이 빅뱅처럼 폭발하는 순간을 담은 앨범이 Flashpoint'입니다”

포문을 여는 'Greeting of the Universe'부터 대미를 장식하는 'Aftermath'까지 앨범을 구성하는 곡들은 제목부터가 하나하나의 우주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제목에서 연상되는 스토리와 달리 곡들은 많은 가사를 담고 있진 않다. 그나마도 1집에 비해서 늘어난 거라는 멤버들은 가사가 적은 것은 의도적인 것이라 말한다.

“직접적으로 가사를 쓰는 것보다 음악 자체에서 이미지를 그렸으면 좋겠어요. 가사가 적음으로써 사운드에 집중하게 하는 것을 의도하기도 하고요. 대신 제목을 짓는데 의미를 많이 둡니다. 제목만 듣고 곡을 이미지화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박상진)

“메시지를 전달한다기 보다 열어둬요. 어찌 보면 우리는 이기적인 음악을 하고 있는거죠. 가사가 거의 없으니 곡을 듣고 우리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해 주는 것도 재밌어요.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오는 것도 좋고요. 우리가 생각하고 곡은 쓰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니까요. 영화의 오픈 결말처럼 가사도 해석하기 나름인거죠”(애쉬)

루디스텔로는 신디사이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박상진과 신디사이저, 기타를 맡고 있는 애쉬가 2012년 11월 브루나이 여행 중 만나 팀을 만들기로 하고 드럼의 주연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서로 다른 듯 비슷한 세 사람이 음악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루디스텔로를 이루고 있지만 세 사람이 처음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학교 동아리에서 음악을 시작했어요. 무대에 있을 때 내가 알던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고 그 후에 음악에 빠져들게 됐죠”(박상진)

“어릴 때부터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음악은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거죠. 평소에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어 다른 창조적인 작업보다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애쉬)

교과서적인 두 사람의 대답과 다르게 팀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주연에게선 조금은 특이한 답변이 돌아왔다.

“어렸을 때 드라마 ‘의가형제’에서 장동건 씨가 드럼을 치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멋있었죠. 그 드라마를 보고 친구들이 의사를 꿈꿀 때 저는 드럼에 꽂힌 거예요. 그렇게 드럼을 동경하다가 중3때부터 배우게 됐고 그 후로 그만둔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해 봤어요. 천직이라 생각해요. 얼마 전에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다시 장동건 씨가 다시 드럼을 치는 모습을 보고 무척 반가웠어요”


아무래도 밴드 음악은 음반으로만 접해서는 그 매력을 100% 느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멤버들은 팬들도 공연이 백배는 더 좋다고 말한다며 우리도 ‘직캠’이 있다며 웃었다.

“우리도 아이돌처럼 멤버 하나하나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직캠이 있더라고요. 공연이 끝나면 이 친구(애쉬) 기타치는 모습만 잡은 직캠이 올라와서 신기해요”(주연)

공연을 직접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최대한 느끼게 해주고 싶고, 그만큼 공연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루디스텔로.

“공연에서는 앨범하고 다르게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요. 앨범을 그대로 재연하기보다 앨범은 앨범대로 공연은 공연대로의 맛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편곡을 좀 다르게 하거나 곡 요소요소에 변화를 넣으려고 해요. 근데 그걸 또 알아보는 관객도 있어 뿌듯하죠” (박상진)

음악적인 주관이 뚜렷한 이들답게 멤버들끼리의 트러블은 없을까. 멤버들은 세명이라 누구 한명이 중재역할을 하게 된다며 역시 밴드는 삼인조가 최고라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사소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갈등 전에 알아서들 봉합이 잘돼요” (주연)

“멤버들이 밴드를 다 해봐서 오래한 밴드의 노하우가 있어요. 그걸 알고 있는 입장에서 만나서 조율이 잘 되는 점도 있죠.” (애쉬)

“멤버들도 여자친구 대하는 거랑 똑같아요.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있어야하고 소중하게 다뤄야 밴드가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거 같아요” (박상진)


이제 겨우 두 번째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을 뿐이고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음악이 많다는 루디스텔로.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음악적인 열정을 가득 담은 답변이 돌아왔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예술적인 영감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음악을 하고 싶고요.” (애쉬)

“우리가 나이가 들어도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시대를 초월해서 들을 수 있는 음악, 아직 그런 밴드가 많지 않으니 멋지게 늙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주연)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려고 하고, 뜬구름 잡는 얘기보다는 경험이나 하고 싶은 얘기 같은걸 음악으로 솔직히 털어놓고 싶어요.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건 시간이 지나도 안 촌스러운 음악이에요. 트랜드를 만들고 싶지 따라가고 싶진 않아요. 그런 자세로 음악을 할 겁니다”(박상진)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제공ㅣ선데이디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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