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만나다③] 아이언 “지금부턴 쇼미더머니 확장판…재밌겠는걸?”

입력 2015-04-01 02: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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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가요계에서 힙합은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이 방송되는 날이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를 힙합 가수들이 싹쓸이하며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도 힙합 가수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힙합을 지향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덩치키우기를 넘어 질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한국 힙합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이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언더와 오버의 다양한 뮤지션을 ‘힙합을 만나다’코너를 통해 만나보자>>
아이언,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이언,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이언, 참 재밌는 친구다. 인터뷰를 위해 처음 대면했을 때 약간은 어리숙한 표정으로 연신 90도 인사를 해대던 녀석이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니 “2015년, 여러분의 돈을 걷겠다. 난 갱스터니까”라며 섹시한 발언을 늘어놓는다.

또한 이 발언을 다른 신인이 했다면 피식 웃고 넘어갈 농담 섞인 자신감으로 치부했겠지만 Mnet ‘쇼미더머니3’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참여한 거의 모든 음원을 차트 최상단에 올려놓은 아이언의 입에서 나온 만큼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여러분의 돈을 걷어갈 아이언의 첫 번째 행보 ‘blu’는 아이언 본인의 데뷔곡이기도 하다.

‘쇼미더머니3’에 출연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미 제각각 싱글이나 앨범을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데뷔이기도하다.

아이언은 “사실 (데뷔를)앨범으로 하려고 했는데, 너무 조급한 것 아닐까 해서 완성도 있게 나오려고 미뤄뒀고, ‘blu’로 먼저 나오게 됐다”며 “곡은 이미 만들어진 게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다보니 데뷔까지 시간이 걸렸다. 곡이 고조될 때 목소리 톤이 바뀌고 하는 그런 부분을 잘 잡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언이 말한 ‘기술적인 부분’은 주로 목소리 톤과 관련된 것으로, 아이언은 보기 드물게 하이(High)톤과 로우(Low)톤의 목소리를 모두 갖고 있다.

아이언은 “목소리에 하이톤이 있다 보니 ‘뽕끼’가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다”며 “어릴 때 진지하게 내 목소리가 뭘까 생각하기도 했다. 평소엔 목소리가 로우한데 기분이 좋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올라가더라. 당연히 결론은 둘 다 내 목소리라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목소리톤은 아이언만의 특기이자 장점으로, 실제 ‘쇼미더머니3’ 경연에서 이 같은 톤의 변화는 한층 더 깊은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며 그가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한 이유가 됐다.

물론 아이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아이언은 “이번 곡을 녹음 하면서 진정성과 곡에 대한 몰입에 많은 신경을 썼다. 곡마다 어떤 감정을 담아야할지 생각하는 편이다”라며 “‘blu’는 욕심을 많이 부린 곡이다. 대중성과 실험성, 세련미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해 ‘갱스터’다운 면모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여담으로 아이언은 단점으로 지적되는 가사전달력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혔다. 아이언은 “치아가 두 개 없다보니까 그렇다. 어금니가 없다. 어금니 쪽이 빠지면 치열이 돌아가서 발음이 약간 틀어진다”라고 물리적인 이유로 인한 것임을 알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사실 예전에는 발음에 크게 신경을 안 썼는데, 방송을 하면서 가사전달력이 중요하단걸 깨달았다. 그래서 ‘독기’ 무대 때는 여기에 많이 집중해서 랩을 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그루브나 스윙이 약해지더라. 한국말의 전달력을 살리면서 그루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언,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이언,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다시 노래 이야기로 돌아와,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선언한 ‘blu’는 팝과 락, 힙합의 요소가 적절히 섞인 곡으로, LP플레이어를 연상시키는 노이즈와 약간은 어둡고 딥(Deep)한 감성이 인상적이다.

‘blu’의 작곡은 슈프림 보이(Supreme Boi)와 Simo, Gizmo가 맡았으며, 아이언은 시모를 두고 “한국 최고의 힙합 작곡가”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더불어 슈프림 보이에 대해서는 “나보다 어리지만 뛰어난 작곡가다. 앞으로도 나의 메인 프로듀서로 함께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아이언과 슈프림 보이의 관계로, 이들은 ‘락바텀’이라는 통합 크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락바텀은 아이언이 몸담고 있던 대남협과 고로케, 로터스 3개 크루가 모여 만든 통합 크루로, 상당히 재미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크루라고 하면 힙합 집단을 연상하곤 하지만 락바텀에는 장르의 구분이 없다. 여기에 분야의 구분도 없다. 실제 락바텀에는 래퍼부터 락 밴드, 프로듀서,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멤버들이 포함돼 있다.

아이언은 “뜻이 맞는 친구들이 모여 만든 크루다”며 “특정 장르가 정해진 크루가 아니라 문화 크루이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을 연계하고 여기에 다시 서브 컬쳐를 탄생시키려고 한다. 내가 (락바텀 크루의) 스타트다. 실제 이번 ‘blu’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고 많은 도움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즉 전면에 나서 활동하는 멤버는 아이언이지만 그 뒤로는 슈프림보이가 뒤를 받치고 있고, 나아가서는 락바텀 멤버들이 모두 연결돼 있는 식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걱정이 발생하도 한다. 현재 아이언은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상태로, 소속사 활동과 크루 활동을 병행하기에 제약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에 아이언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적인 작업은 크루에서 하고, 상업적인 부분은 회사에 믿고 맡겨둘 수 있어 양쪽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현재의 상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 음악방송을 포함해 공연과 행사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는 아이언은 “지금까지 나온 음원의 순위가 다 좋았는데 순위를 생각하기보다 무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며 “음악방송에서 정말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는 마인드다. 음악방송 다 씹어 먹어버리겠다”라고 각오를 다져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또 엑소나 미쓰에이처럼 지금 나오는 팀들이 너무 짱짱해서 더 재밌는 것 같다. 현재 최고 인기 가수들이 나오니까 ‘쇼미더머니’ 확장판 같다. 음악방송도 접수하겠다”라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어 거듭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다음 앨범은 너무 늦지 않게 선보이겠다고 약속한 아이언은 “우리나라는 뭔가 기준을 잡는 걸 좋아한다. ‘랩을 잘하는 기준’을 잡고, 발음과 펀치라인 그런 걸 가지고 평가하고 비교한다”며 “그런 걸 깨고 싶다. 세계의 래퍼들을 보면 진정성 있게 쓰고, 위트 있게 쓰고, 자기 개성대로 표현하고 랩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너무 어떤 기준에 맞춰 잘한다, 못한다 하는 게 사실 좀 웃기다. 자기만의 색깔과 느낌을 지닌 사람이 진짜 잘하는 것 같다”라고 래퍼로서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아이언,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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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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