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순수의 시대’ 강한나, 제2의 전도연을 꿈꾸다

입력 2015-04-06 0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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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한나는 롤모델로 전도연을 꼽으며 “만나보고 싶다. 같이 작품을 한다면 영광”이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해피엔드’ 이후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준 전도연 선배처럼 나 또한 스스로를 노출과 같은 틀 안에 가두고 싶지 않다”며 “한계를 두지 않고 내 안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강한나는 등장부터 이름만큼 예사롭지 않았다. 그의 시작은 2013년 10월 3일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이었다. 당시 강한나는 엉덩이 일부를 드러내는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 결과 강한나는 며칠 동안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권을 휩쓸었다.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화제가 돼서 놀랐어요. 저는 그 드레스를 ‘아름다운 예술품’이라고 생각하고 입었거든요. 혁신적인 디자인이잖아요. 노출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드레스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물론 그렇고요.”

그러나 아쉽게도 대중이 느낀 첫인상은 단편적으로 ‘노출’이었다. 그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랬듯 레드카펫에서 비슷한 묘수를 두는 여배우들이 부지기수기 때문.

게다가 몇 달 만에 강한나가 영화 ‘순수의 시대’의 가희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순수의 시대’는 제작 전부터 ‘한국판 색계’로 주목받은 작품. 또 한 번 곱지 않은 시선이 모였다. 그러나 강한나는 뚝심 있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에게는 시나리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순수의 시대’에 노출을 위한 노출이나 베드신을 위한 베드신은 하나도 없었어요. 모두 인물의 감정선과 목적 등이 부합돼 꼭 필요한 장면이었어요. ‘순수의 시대’를 본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거라고 믿어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강한나에게 노출은 걱정할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더 고민에 빠뜨린 건 입체적인 가희를 ‘어떻게 그리느냐’였다. 가희는 민재 방원 진 등 상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팔색조 같은 인물이었다.

“가희는 정말 표현하기 나름인 캐릭터예요. 그런 면에서 감독님이 저를 많이 믿어줬어요. 제가 가희를 더 생각하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셨죠. 배우를 존중하되 선을 잘 잡아주는 감독님께 항상 감사했죠.”

강한나는 주어진 자율권을 아무렇게나 쓰지 않았다. 그는 시간과 방법을 총동원해 자신만의 ‘가희’를 만들었다. 시대에 맞는 감정 표현을 연구하고 대본에 없는 가희의 역사까지 유추했다. 그는 손수 촬영일지까지 작성하기도 했다.

“연극시절 쓰던 방법인데요. 현장에서 들은 조언이나 제가 느낀 감정들 그리고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남기는 거예요. 공부의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기록이죠. 일지를 정리하고 다시 읽으면서 도움 많이 받았어요.”

모든 건 강한나가 스스로 고안한 것들이었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한 후 연극 무대와 독립영화 20여편에 참여하면서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인 것.

그렇게 강한나는 정도(正道)를 따라 학업의 길을 걸으려 했다. 강한나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차마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저 연기하는 게 좋았던 그는 연예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연기자는 공인이 아니지만 공인과 같이 주목과 관심을 받는 대상이잖아요. 연기적인 본질보다 외적인 걸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았어요. 화려한 모습 이면에 슬픈 모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인 삶도 없어질 것 같고요.”

그러나 기우였다. 강한나는 “무대만 바뀌는 것이었다. 주 무대가 전에 비해 대중 앞에 더 서는 것뿐”이라며 “회사도 인간 강한나의 삶을 존중해주는 곳이었다. 내가 배우로서 잘 걸어가게 도와줬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강한나는 2013년 현 소속사와 계약한 후 상업영화판으로 진출했다. 그는 ‘롤러코스터’ ‘동창생’ ‘친구2’ 그리고 ‘우는남자’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으며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조연을 맡았다.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주연 데뷔작 ‘순수의 시대’를 만났다.

그동안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새 강한나는 27세가 됐다. 결코 이른 나이가 아니다.

“늦었다고 초조하지 않았어요. 사람마다 맞는 속도가 있고 때가 있는 거니까요. 제가 맞게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했죠. 남하고 비교하는 걸 안 좋아해요. 비교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최선을 다했느냐’ 아니면 ‘스스로 나태해지느냐’예요. 그리고 그만큼 대학 생활을 편하게 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았어요. 그동안 주체성도 어느 정도 세워졌다고 생각하고요.”

이제 막 시작점을 통과한 강한나. 그는 포부를 전하며 고사성어 ‘진인사대천명(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를 인용했다.

“‘진인사대천명’은 ‘순수의 시대’ 안상훈 감독님이 해준 말인데요. 이처럼 결과는 사람이 아닌 하늘의 뜻이라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저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도리를 다해 연기하려고요. ‘어떻게 봐달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소신껏 최선을 다해 배우로서 걸어 나가겠습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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