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앵그리맘’. 사진제공|MBC
폭력 수위 높아 늘 경위서 제출 각오
“해피엔딩? 우리세상 그대로 녹일것”
“언제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할 수 있게 촬영현장에서도 양복을 입는다. 경위서(시말서)도 늘 주머니 안쪽에 있다.”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사진)’을 연출하는 최병길 PD는 단단히 마음 벼르고 작품을 만들고 있음을 드러낸다. ‘앵그리맘’은 학창시절 일명 ‘일진’이었던 엄마가 딸을 통해 한국 교육현실을 마주하고 이에 맞서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학교 폭력을 비롯해 원조교제, 청소년 자살, 사학재단 비리 등을 전면에 배치해 현재 학교의 민낯을 사실감 있게 녹여내고 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이 수위가 높아 자극적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최 PD가 경위서를 지니고 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앵그리맘’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나 완성도, 배우들의 연기력 등이 어우러져 화제면에서는 단연 1등이다. 하지만 정작 시청률은 7%대로,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 중이다. 다수의 방송관계자들은 “드라마를 보면 마음이 불편하고 아파 편하게 시청하기 힘들다는 시청자의 반응이 많다. 현실을 피하고 싶은 심리도 일부 작용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연출자 최병길 PD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코믹함의 비중을 늘려 작품을 가볍게 이끌며 시청자의 유입을 유도할 수 있지만 결론만큼은 판타지가 아닌 있는 그대로 현실을 담을 것을 예고한다.
최 PD는 “시청자는 주인공 김희선이 학교 폭력을 막을 ‘히어로’로 남는, 청량감 있는 결론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을 드라마로 그리는 PD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시청자께는 죄송하지만 단순한 해피엔딩은 힘들 것 같다”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