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지난 시즌 한 명 몸값으로 6명 데려왔다”

입력 2015-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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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니콜. 스포츠동아DB

■ 여자부 트라이아웃 뒷이야기

지명 외국인선수 6명 실력차 크지 않아
참가 한국세터 훈련 첫날 태도는 아쉬워

니콜, 도로공사 관계자 찾아 식사 대접
참가 선수들에게도 노하우 전수 ‘훈훈∼’

V리그 다음 시즌 여자부의 운명을 좌우할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무사히 끝났다. 4월 29일(한국시간)부터 5월 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진행됐던 V리그의 첫 번째 트라이아웃은 시작을 앞두고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낳았지만 잘 마무리됐다. 이제 8월 1일 입국하는 새 외국인선수 6명이 V리그 개막까지 잘 준비해서 어떤 기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팬들이 냉정한 판단을 할 것이다.


● 100% 만족하진 않지만 불만도 적은 트라이아웃

트라이아웃을 마친 뒤 여자부 6개 구단 관계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 시즌 많은 돈을 들여 데려온 선수들과 기량에서 차이는 나지만, 선택받은 6명의 실력차가 크지 않아서 안도한다.’ 만약 선순위와 후순위 지명선수들 사이에 넘을 수 없을 만큼의 기량차가 있다면 불만이 컸을 터. 어느 팀은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짐을 싸서 귀국할 생각도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21명의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 6명의 V리그 여자부 감독들이 추려낸 10명의 기량이 모두 괜찮았고, 훈련 때마다 기량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지난 시즌 어느 선수 한 명의 몸값으로 이번에 6명 모두를 데려왔다”고 귀띔했다. 가격 대비 효율성 측면에선 탁월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각 구단의 단장과 감독은 국제배구계에서 12만∼15만달러의 몸값이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동안 에이전트들의 농간에 휘말려 거품이 잔뜩 낀 가격을 정상으로 여겼던 구단들과 감독들이 현실을 직시한 것이 이번 트라이아웃의 또 다른 선물이다.

물론 감독들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았다. 같은 조건에서 선수를 골랐고, 같은 시기에 선수들을 육성하는 만큼 다음 시즌 결과로 말해야 한다. 선수의 기량을 얼마나 정확하게 보고, 육성은 잘하는지 등 진짜 감독의 능력이 다음 시즌 개막 이후 드러난다. ‘과거에는 돈이 없어서’, ‘그 선수가 안 온다고 해서’ 등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들과 국내선수들의 기량을 융합해 얼마나 새로운 배구를 보여주느냐의 여부도 감독의 몫이다.


● 팀을 떠나고도 여전히 도로공사 선수였던 니콜

이번 트라이아웃은 또 한 번 니콜(사진)의 인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트라이아웃이 펼쳐진 기간은 미국대표팀의 합동훈련 기간과 겹쳤다. 니콜은 트라이아웃 동안 미국대표팀 훈련이 끝나자마자 KOVO 쪽으로 왔다.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친화력을 보여줬다. 이효희 등 동료들과도 반갑게 인사했다. 니콜은 도로공사 관계자들에게 근사한 저녁도 샀다. 비용이 2000달러 가까이 나왔다. 식사 후 도로공사 심찬섭 단장이 계산을 하려고 하자 카드를 빼앗아 던져버리고 자기 카드로 계산을 했다. “여기에 온 사람은 모두 내 손님”이라며 큰 돈을 기꺼이 썼다.

니콜은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들에게 한국에서의 생활과 장점 등을 잘 설명해줬고, 이들이 V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많은 도움도 줬다. KOVO가 다음 시즌 트라이아웃 홍보대사 또는 어린 유망주를 발굴해 트라이아웃에 참가시키도록 하는 에이전트로 쓸 생각까지 할 정도로 니콜은 V리그를 떠나고 난 뒤에도 애정을 보여줬다.


● 외국인선수에 비해 느슨했던 우리 선수들, 그리고 KOVO의 애프터서비스

아쉬운 것은 우리 선수들이었다. 외국인선수 후보들의 정확한 기량 파악을 위해 데려간 세터들 대부분이 그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 100%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시차의 영향도 있었지만, 합동훈련 첫날 제대로 공을 올려주지 못했다. 배구인생에 중요한 기회라 여기고 진지하게 준비했던 미국 선수들과 달리 훈련 첫날 우리 선수들은 제대로 몸도 풀지 않은 채 어슬렁거리며 코트에 들어갔다. 이 같은 모습은 미국 선수들의 불만을 샀다. 나중에 그 얘기를 전해들은 우리 선수들은 훈련 이틀째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움직였다.

참가자들은 최종선택 자리에 대부분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정성을 보여줬다. 정말 놓치기 싫은 선수들도 몇몇 있었지만, 운명의 선택은 6명으로 제한됐다. KOVO는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을 위해 소정의 기념품을 준비했다. 비록 이번에는 V리그와 인연을 맺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입을 통해 V리그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다음 시즌 트라이아웃에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할 수 있도록 애프터서비스만큼은 제대로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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