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여자들이여, 알몸으로 살라!”

입력 2015-05-29 0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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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과 유인경 기자 ‘여자의 몸’을 말하다

‘햇살 가득한 대낮/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네가 물었을 때/꽃처럼 피어난/나의 문자/“응”//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오직 심장으로/나란히 당도한/신의 방//너와 내가 만든/아름다운 완성//해와 달/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땅 위에/제일 평화롭고/뜨거운 대답/“응” - 문정희 시 <“응”> 전문


● ‘여자의 몸’, 얼마나 아시나요? 의학서가 아닙니다

여자의 몸은 미스터리다. 반세기 가까이 여자 몸을 봤지만 여전히 난 여자의 몸을 알지 못한다. 나체를 탐험(?)한 지가 25년을 넘었으니 이제 알만도 한데 여전히 물음표이고 느낌표다. 궁금증이 풀릴 만도 한데 여전히 궁금하고 싫증이 날 만도 한데 여전히 끌어당기는 자석이다. 그렇다. 여자의 몸은 미스터리다.

남자라 그런 가 싶었는데 아닌가 보다. 여자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여성의 언어로 생명을 노래하는 대표시인 문정희 씨와 입담으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유인경 기자도 (두 분 모두 나이보다는 연세라는 말이 어울리는 ‘지긋한 여인’이시다) 그런가 보다. 문정희 시인과 유인경 기자. 기센 두 여자가 본 여자의 몸은 이렇다.

‘여자의 몸은 성전이자 지옥이고, 꽃밭이자 폐허다. 생명이 쏟아지는 방앗간이기도 하고 욕망이 포탄처럼 터지는 전쟁터다. 모든 여자의 몸은 신의 선물이라고 하지만 때론 신의 슬픔, 신의 저주 같기도 하다.’ 그렇다. 여자의 몸은 여자가 봐도 복잡함 그 자체인가 보다.


● 문정희 시인과 유인경 기자의 유쾌한 수다

여기 ‘여자의 몸’에 관한 두 여자의 유쾌한 수다가 있다. 복잡한 여자의 몸과는 달리 책 제목은 ‘여자의 몸’(문정희 유인경 지음 l 여백 펴냄)으로 단박하다. ‘여자의 몸’은 문정희 시인과 유인경 기자가 여자의 몸을 주제로 나눴던 대화다. 때론 유쾌하고 때론 철학적이고 때론 진지하기도 하다. 에로틱한 생각을 하기 쉽지만(아니 좀 에로틱하다) 결코 경박하거나 가볍지 않다.

책은 여자의 몸을 네 가지로 벗겼다. ‘성과 에로스’ ‘모성’ ‘억압대상’ ‘생명주체’가 그것이다. 여자의 몸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과 주체성을 고민한다. 비너스서 창녀까지, 여성학자는 물론 할리우드 스타까지 여성의 몸과 관련된 모든 것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또 문학사 사회학 미술사들 넘나들며 여성의 몸과 예술 삶 시 그리고 열정을 토로한다.


● 여자는 왜 알몸으로 살아야 하는가

책 ‘여자의 몸’의 큰 끌림은 시(문정희의 시)를 통해 여자의 몸을 해부한다는 것이다. 무거울 만하면 주옥같은 시로 입안을 박하사탕처럼 만들어준다. 무려 27편의 시가 키워드로 등장한다. 시만 읽어도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그래서 ‘여자의 몸’을 어쩌란 말이냐고? 결론은 ‘알몸으로 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문정희 시인은 말한다. “제가 알몸으로 살라는 것은 처녀다운 몸을 유지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걸 회복하라는 뜻입니다. 당당한 알몸으로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구심이나 몸에 대한 열등감, 자괴감을 떨쳐버리고, 남의 시선에 주눅 들지 말고 오로지 자신답게 살라는 겁니다”라고.

여자 못지않게 남자들에게도 참 괜찮은 책이다. 딸딸이 아빠인 필자는 별 네 개 반, 강추! 딸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두 딸아 ‘알몸으로 세상을 살아 가거라!’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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