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맥과이어…ML 부흥 이끈 홈런왕? 약물왕?

입력 2015-07-03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리 본즈.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약물로 얼룩진 메이저리그 슬픈 역사


762홈런 본즈. 명예의 전당 3연속 고배
90년대 홈런 열풍 맥과이어도 약물 얼룩
올핸 산타나·메히아 금지약물 복용 징계
영구제명 등 규정 강화해도 스캔들 여전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오죽하면 ‘비난은 잠시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을까. 그러나 금지약물로 인한 상처를 지닌 메이저리그(MLB)에선 이런 말이 통용될 수 없을 것 같다.


● MLB 부흥 이끈 홈런왕들, 금지약물의 힘을 빌리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홈런 타자는 통산 762홈런의 배리 본즈다.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2001년 73개) 역시 그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본즈는 ‘약물의 시대’의 주인공이라는 오명도 갖고 있다. 2013년 처음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까지 3년 연속 고배를 마셨다. 3년간 그의 득표율은 36.2%, 34.7%. 36.8%. 명예의 전당 입성에 필요한 득표율은 75%다. 그에게 쿠퍼스타운행은 너무나 멀고도 힘겨운 여정이다.

마크 맥과이어.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본즈 이전,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1998년 70개)의 주인공이었던 마크 맥과이어도 금지약물로 체면을 구긴 케이스다. 맥과이어는 1998년 새미 소사와 함께 홈런왕 경쟁을 이끌면서 메이저리그를 부흥시킨 인물이다. 1994년 선수노조 파업 이후 주춤하던 메이저리그는 맥과이어와 소사의 한 시즌 최다홈런 경쟁으로 다시 흥행몰이를 할 수 있었다.

팬들을 열광케 했던 이들은 한순간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1988년, 1991년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출신인 호세 칸세코가 2002년 자서전 ‘약물에 취해(Juiced)’를 발간하면서 당대 최고 타자들의 금지약물 복용을 폭로했다. 당시만 해도 책을 팔아먹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됐지만, 2003년 본즈가 제약회사 BALCO로부터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약물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급변했다.


● 세상에 드러난 금지약물 치부, 알고도 묵인한 MLB 사무국

슈퍼스타들이 ‘스테로이드 시대’를 이끌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메이저리그는 발칵 뒤집혔다. MLB 사무국도 BALCO 스캔들 이후 무작위 도핑 테스트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07년 미첼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약물의 시대’는 기정사실이 됐다.

MLB 사무국은 금지약물 복용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시기, 약물의 힘을 빌린 선수들 덕분에 바닥을 친 메이저리그가 다시 일어났다. 1992년부터 올 1월까지 메이저리그를 이끌며 역사상 가장 성공한 커미셔너로 평가받는 버드 셀릭에게도 금지약물은 치명적 과오로 남아있다.

타자들만 금지약물에 손을 댄 것은 아니었다. 투수들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의 힘을 빌렸다. 로저 클레멘스를 포함해 당대를 주름잡던 수많은 투수들의 명예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2000년대 초중반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던 에릭 가니에를 포함해 미첼 리포트에 이름을 올린 88명의 선수 중 19명이 투수였다.


●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과 A-로드, 그리고 여전한 유혹

금지약물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홍역을 치렀음에도,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검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4년 5500만달러에 미네소타와 계약한 어빈 산타나가 시즌 개막과 동시에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돼 8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뒤이어 뉴욕 메츠 마무리 헨리 메히아도 같은 징계를 받았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부터 반도핑 규정을 강화해 경기력 향상 약물의 경우, 첫 번째 적발에 80경기 출장정지, 두 번째 적발에 162경기 출장정지, 세 번째 적발에 영구제명 징계를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금지약물 복용 선수는 계속 나오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스타플레이어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009년 “2001∼2003년 금지약물을 복용했다. 하지만 이후 손을 대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2013년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에 연루돼 자신은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 약물 복용을 알선한 혐의까지 드러나 162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약물 스타’로 전락한 로드리게스는 징계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했다. 야유와 환호를 동시에 받았던 그는 윌리 메이스(660개)의 기록을 넘어 2일(한국시간) 현재 669홈런으로 역대 최다홈런 4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통산 홈런 1위 본즈처럼 그의 기록은 영원히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