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김경문 감독 “수비시프트 실패땐 투수가 흔들린다”

입력 2015-07-07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수비 시프트가 일반화된 KBO리그에서 NC는 그 같은 흐름을 거부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평범하게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시프트로 놓치면 투수들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스포츠동아DB

■ NC가 시프트를 자제하는 이유


1946년부터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 시초
재미 반감…ML서는 시프트 금지 주장도
김경문감독 “평범한타구 안타시 상황 악화”
NC 내야수들 기본 충실…상황에 따라 변형


수비 시프트는 언젠가부터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팀이 있다. NC는 KBO리그에서 시프트가 가장 적은 팀 중 하나다. 시프트는 타자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타자들은 각자의 타격 스타일이 있다. 그러나 이런 ‘습성’에 근거해, 타구의 코스를 예측할 수 있다. 표본이 많은 주전 타자들의 경우 데이터가 시프트를 돕는다.


● 시프트의 역사, 메이저리그는 ‘금지하자’는 주장도

메이저리그에는 오래 전부터 시프트가 있었다. 시프트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는 1946년 등장했다. 마지막 4할타자(1941년 타율 0.406)로 유명한 그를 막기 위해 3루수가 2루 뒤에, 유격수와 2루수가 1∼2루 사이에 위치한 것이다. 지금도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강타자들을 막기 위해 수비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가장 기본적 시프트로 꼽힌다. 메이저리그에선 점차 시프트가 늘어나는 추세다. 얼핏 보면 근육질의 선수들이 던지고 치는 것에만 온힘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데이터를 철저히 신봉한다. 오죽하면 ‘야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시프트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까.


● NC의 수비 시프트가 적은 이유, 투수를 위해!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시프트는 일반화됐다. 수비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조정한다. 타자의 데이터 또는 투수의 유형과 경기 상황에 따라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나 NC는 이런 흐름을 거부하는 팀 중 하나다. NC 김경문 감독은 “승부처라면 모르겠지만, 경기 초반부터 시프트를 거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시프트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평범하게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시프트 때문에 잡지 못한다면, 투수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크게 변화를 줬다가 누가 봐도 아웃인 타구가 안타가 되면 어쩌나”라고 반문했다.

투수들은 예민하다. 마운드에서 혼자 싸운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이기적 성향을 지닌 투수들도 많다. 괜한 시프트 탓에 평범한 타구가 안타로 둔갑했을 때,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는 충분하다.


● NC 야수들 “수비 위치, 기본에 충실한다”


NC 선수들은 어떤 생각일까. 지난해부터 NC에서 뛴 유격수 손시헌은 두산 시절보다 시프트가 적다고 증언한다. 그 역시 김경문 감독과 같은 생각이다. 손시헌은 “투수들이 다운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우리 팀은 평소 시프트 사인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NC의 내·외야 수비를 탄탄하게 만드는 축은 손시헌과 이종욱, FA(프리에이전트) 듀오다. 평소에 NC 야수들은 내야는 손시헌, 외야는 이종욱의 지휘에 따라 움직인다. 좌익수 김종호는 “큰 시프트가 아니라도 (손)시헌이 형과 (이)종욱이 형의 말대로 조금씩 움직였을 때, 묘하게 타구가 그쪽으로 올 때가 많다. 역시 경험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야수진을 진두지휘하는 손시헌은 “2루수 (박)민우를 비롯해 야수들과 조금씩 위치를 맞출 때도 항상 ‘기본’에 충실한다. 투수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시프트는 ‘확률 게임’이다. 상대의 강점을 노리고, 덫을 놓는 작업이다. 그러나 실패했을 때 받는 데미지도 고려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한 NC의 시도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