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가면 고생…한적한 도심에서 ‘시티투어’

입력 2015-07-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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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시티투어 중 남산에 올라 도심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코스에 운행하는 이국적인 모습의 트롤리 버스. 휴가철 지방 관광지 대신 한가로운 도심에서 휴가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족에게 시티투어는 인기 높은 상품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여름휴가 새 트렌드 ‘스테이케이션’

유명 휴양지 대신 도심·호텔서 휴식 인기
지방자치단체, 시티투어 상품 개발 박차
호텔도 여성 겨냥 감성 패키지 속속 선봬



# 초등학교 아들 둘을 둔 40대 직장인 A씨는 여름휴가를 아이들과 서울에서 보내고 있다. 낮에는 휴가철 성수기로 한결 한가해진 도심을 시티투어로 즐기고, 밤에는 맛집이나 야간개장한 시내 테마파크를 찾아다닌다.

# 미혼인 30대 중반 여성직장인 B씨는 여름휴가 5일을 친구와 함께 수영장과 스파시설을 잘 갖추고 여름 패키지 구성이 좋은 호텔 두 군데를 골라 2박씩 묵으며 지냈다. “휴가의 목적이 휴식과 재충전인데, 몸과 마음이 고생스러운 여행보다 친구와 시설 좋은 호텔에서 수다 떨며 쉬는 게 더 낫다”는 것이 B씨가 ‘호텔 휴가’를 선택한 이유다.


● 몸고생보다 ‘진정한 휴식’이 휴가의 이유

이들 두 사람처럼 여름휴가라면 으레 떠올리는 해외여행이나 국내 유명 휴양지 대신 집이나 집 근처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일명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족이 요즘 여름휴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은 ’머물다‘라는 의미의 스테이(stay)와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을 합친 신조어다. 원래는 고유가 시절, 비싼 항공료와 자동차 연료비 때문에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1∼2주의 긴 휴가를 즐기던 미국인들이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현상을 가리키던 말이다.

하지만 요즘 ‘스테이케이션’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비용을 들여 최고의 효과를 기대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 선택하기도 하지만, 휴가의 목적을 여행이나 야외 액티비티가 아닌 ‘진정한 휴식’에 두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행을 타고 있다.



● 아이와 여성 공략…호텔업계 새로운 블루오션

호텔에 묵으면서 레스토랑, 수영장, 스파 등 부대시설을 마음껏 즐기는 스테이케이션족은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이루어진 블루오션이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의 ‘핫서머 30℃’는 스테이케이션족의 특성을 겨냥해 개발한 패키지다. 통상적으로 오후 2∼3시 체크인, 다음날 낮 12시 체크아웃인 호텔 숙박을 오후 4시 체크인해 다음 날 밤 10시 체크아웃으로 바꿔 30시간 동안 호텔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스테이케이션족 중에서 호텔이 신경 쓰는 핵심 타깃은 아이들과 여성이다. 자녀동반으로 호텔 수영장을 찾거나 아예 하룻밤을 묵으면서 지내는 가족이 많아 어린이를 위한 라운지 운영이나 특선 메뉴들을 내놓고 있다. 또한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패키지를 이용하는 미혼 여성 수요가 많고, 가족의 호텔 선택에서 결정권을 아내나 엄마가 갖는 점을 고려해 여성의 감성에 초점을 맞춘 패키지가 유행이다.



● 도심 시티투어…다양한 코스 개발

도심 시티투어는 스테이케이션족이 좋아하는 관광콘텐츠 중 하나이다. 하루 또는 반나절의 시간만 투자하면 되고 장비나 복장 등 특별한 준비도 필요 없으면서 가볍게 여행이 주는 느낌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광주, 춘천, 공주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지역 특색과 시내의 관광상품을 엮은 시티투어 상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최근 지역 관광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부산은 7월 중순부터 코스와 운영방식을 재편해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는 순환형 코스와 태종대 코스, 테마 기행 형태인 테마 예약 코스를 내놓았다. 도시여행 상품이 잘 발달돼 선택의 폭이 다양한 서울은 파노라마 코스, 도심·고궁 코스, 야경 1층 코스, 야경 2층 코스 등 네 종류를 운영한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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