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강원랜드 함승희 대표 ‘脫카지노’ 도전의 기대와 우려

입력 2015-07-30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함승희 대표

“목적이 선하면 행위나 절차의 적법성은 무시해도 좋다는 ‘황금만능주의’의 저질 자본주의적 발상.”(6월8일 ‘내국인 카지노 이슈 점검 컨퍼런스’) “도박산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건 시대 변화를 거스르는 것.”(7월14일 인터뷰)

게이밍산업, 카지노를 거침없이 비판한 이 발언의 주인공은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다. 국내 유일의 오픈 카지노(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있는 토종 복합리조트 강원랜드의 수장으로 요즘 그의 행보는 꽤 이채롭다.

복합리조트는 관광·레저산업에서 기대를 모으는 분야이다. 얼마 전 끝난 문화체육관광부의 콘셉트 제안 요청(RFC)에는 국내외 34개 업체나 신청을 했다. 그런데 함 대표는 이 복합리조트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여러 번 밝혔고, 한 걸음 나아가 주 수입원인 게이밍산업 자체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6월28일 강원랜드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는 “우리 미래는 산악형, 가족형 종합리조트”라며 “이것이 될 때, 강원랜드는 카지노가 주력사업이 아닌 종합리조트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탈카지노’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물론 이런 모습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카지노는 높은 수익 못지않게 많은 사회적 비용과 문제를 유발한다. 강원랜드는 17년 동안 도박중독과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줄이려 고심해 왔다. 더구나 오픈카지노 독점을 법적으로 보장한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은 일몰기한이 2025년이다. 함 대표의 ‘탈카지노’ 행보에는 10년 앞으로 다가온 폐특법 종료 이후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이 깔려 있다.

하지만 강원랜드 연 매출 1조4965억원(2014년 기준) 중 93%를 차지하는 카지노를 대체할 사업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과연 가능할까’란 물음에서는 선뜻 답이 나오질 않는다. 남들은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해 과감하게 복합리조트를 추진하는데, 정작 높은 매출의 카지노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런 흐름과 거리를 두는 것을 의아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복합리조트가 국가적 프로젝트로 떠오른 지금, 강원랜드가 축적한 경험과 맨파워, 중독문제 해결에 들인 노력이 복합리조트의 사회적 비용 유발을 예방하는데 유용한 자산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복합리조트를 검토 중인 일본 지자체들 중 일부는 카지노 및 리조트 운영을 배우기 위해 강원랜드를 찾아오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를 함께 받는 함 대표의 ‘탈카지노’ 도전에 레저업계와 강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