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4…점점 힙합과 멀어지고 있다”

입력 2015-07-3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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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체가 뭐니!” 케이블채널 엠넷 ‘쇼미더머니4’가 악마의 편집, 여성 비하 등 뜨거운 논란과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그 핵심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동아닷컴DB

서바이벌 랩 대결서 욕설·비난 집중부각
시청률·이슈몰이 위해 자극적으로 변질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케이블채널 엠넷 ‘쇼미더머니4’의 정체성과 방향성은 대체 무엇일까. 2012년 첫 방송 이후 각 시즌마다 뜨거운 논란 혹은 맹비난에 휩싸이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힙합의 전도사’일까, 아닐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 시선의 스펙트럼은 넓다. 자극적이거나 아니면 지독해 보이기까지 하는 경연자들의 랩 가사가 신선하다는 것에서부터, 힙합가수들을 가둬두고 시청률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비난에 걸쳐 있다. “이럴 바엔 차라리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힙합의 대중화”라는 기획의도대로 한때 ‘마이너’ 장르로 꼽혔던 힙합을 대중적 관심의 무대로 끌어올리기도 했다는 시각과, 힙합문화가 방송이라는 상업적 매체의 성향과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맞부딪친다.

힙합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과연 ‘쇼미더머니’를 둘러싼 논란과 화제는 정당한 것인지를,


● 힙합의 ‘과장’? ‘변질’?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서바이벌 형식으로 래퍼들의 랩 실력을 겨룬다고 해도 욕설과 비난(디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힙합=욕’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성립되는 양상까지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노골적인 장면만 부추겨 ‘악마의 편집’이란 논란을 달고 산다.

힙합가수 조PD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튀어야 하고 직설적인 가사를 내세우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그에 따른 부분을 래퍼들 본인이 감내해야 할 것도 있을 것이다. 제작진의 편집권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선택과 판단은 알아서 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임태진 힙합 칼럼리스트는 “점점 힙합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 상업적 가치를 우선하는 방송에 활용되면서 자극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이어 “이슈몰이를 위해 디스를 조장하고 랩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힙합을 욕하고, 여성을 비하해도 되는 음악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 ‘사이퍼’의 함정?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의 핵심을 ‘사이퍼’ 미션에서 찾는다. ‘사이퍼’는 래퍼들이 돌아가면서 즉흥적으로 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방송에서 래퍼들은 10분 동안 순서를 정하지 않은 채 한 명씩 랩을 주고받는 ‘배틀’의 과제를 받았다. 경연자들은 마이크를 차지하기 위해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다른 참가자에게 마이크를 양보했다 아예 미션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를 본 일부 시청자는 “힙합가수들을 마치 먹이를 두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짐승처럼 표현했다. 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힙합전문 매거진 힙합엘이의 김정원 편집장은 “사이퍼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형식”이라면서 “하지만 ‘쇼미더머니’의 진행방식은 시간제한이라는 지나친 경쟁의 틀을 만들어 서로 랩을 주고받는 형식의 묘미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의 힙합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은 그는 “한국 힙합을 왜곡시켜 보여주는 우를 범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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