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최선을 다하는 경기’ 규정 강화

입력 2015-08-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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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도 있다…그러나 팬들이 납득해야 한다
소극적 경기 운영 감독에 경고 등 제재

프로농구와 관련된 승부조작 수사와 재판에선 ‘최선을 다하는 경기’의 개념이 최종적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으로 유죄가 확정됐을 때 재판부는 “구 국민체육진흥법 제47조에 있어서 속임수라 함은 해당 운동경기의 감독이 적극적 사술 행위를 쓰는 경우뿐만 아니라,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상대팀에 져주기 위해 후보 선수 등을 기용하거나 시기에 맞는 적절한 작전을 일부러 펼치지 않는 등의 소극적이거나 외견상 재량범위 내의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밝혔다.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로 전창진 전 KGC 감독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중부경찰서 또한 이 판례를 들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승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자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도 ‘최선을 다하는 경기’의 정의를 놓고 고심했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기 이전까지 일부 감독들은 1∼2쿼터를 크게 지면 그 다음 경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3∼4쿼터 주전들에게 휴식시간을 주는 대신 식스맨을 대거 기용했다. 결국 이러한 팀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르자 KBL은 일부 감독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KBL은 지난달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하는 경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적극적인 모니터링 등 더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필요할 경우 해당 경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실시하고,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감독에게는 ‘경고’ 등 제재를 가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프로 감독들은 ‘지도자의 경기운영 자율권 훼손’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지도자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팀 사정에 맞춰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감독의 자율권이다. 이를 KBL이 직·간접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다. KBL 규정 때문에 감독이 팀을 지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L은 지난달 말 10개 구단 감독들을 모아 ‘최선을 다하는 경기’에 관한 규정을 강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현역 감독들도 남자프로농구 사령탑이 연루된 승부조작 수사가 2차례나 이뤄짐에 따라 KBL이 강도 높은 개혁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입장임을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 정도로 남자프로농구는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최선을 다하는 경기’의 기준은 ‘경기장을 찾거나 TV 중계를 보는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였나’이다. 일찍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 해당 팀 감독은 공식 인터뷰 등을 통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팬들이 감독의 설명을 수긍할 수 있어야 ‘최선을 다하는 경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감독들이 팀 내부 사정을 공개적으로 속속들이 밝혀야 한다는 부담도 따르지만, 남자프로농구가 팬들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당장은 감내해야 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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