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지도에 ‘독도’가 사라진 까닭

입력 2015-08-13 16:1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출간…역사학계 중국 동북공정 지도를 통째로 베껴
그들은 왜 우리 역사-영토를 왜곡했을까…“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것”

광복 70년. 그러나 한국고대사엔 ‘광복’이 없다. 여전히 일제강점기시대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첫째가 임라일본부설이다. 가야를 임라로 규정하고 고대 야마토왜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게 요지다. 두 번째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자료와 논리가 아주 허술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주장하는 학자 혹은 단체가 한국학자와 한국역사단체라는 데 있다. 객관적인 역사적 사료가 명백한데도 일본의 허술한 사료만을 ‘신봉’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식민사관이다.

그동안 일본식민사관 해체를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연구해 온 ‘재야역사학자’ 이덕일 선생이 이번엔 역사학계가 중국지도를 표절해 한국고대사를 왜곡, 축소시킨 식민사학자(선생의 단에에 입각하면 ‘매국사학자’)들을 역사적 사실과 논리에 근거해 고발했다. 그 고발을 담은 책이 나왔다.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이덕일 지음 l 만권당 펴냄)가 그것이다.


● ‘동북아역사지도’에 독도가 없다…“그것은 의도된 것 이었다”

‘매국의 역사’의 출발점은 ‘동북아역사지도’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47억여 원 이상의 국고를 들여 만든 지도다. 쉽게 이야기하면 중국과 일본의 고대사 역사왜곡에 맞서 한국고대사에 영토를 정확하게 그려보자는 것이다. 연구는 거의 마쳤다. 그런데 지도 일부가 공개됐는데 중국 동북공정을 추종하고 일본 극우파의 침략사관을 그대로 따라 지도를 만들었다. 한반도 북부가 중국사의 강역이었다고 주장하고, 위나라 조조가 경기도 일대까지 점령했다고 그려놓았다. 또 일제 식민사학이 주장하는 4세기까지도 한반도 남부에는 백제와 신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다. ‘동북아역사지도’에는 독도가 일관되게 삭제됐다. 실수가 아니다. 북한 강역을 중국에 넘기고 백제와 신라를 형편없는 소국으로 축소시킨 것이다. 모두 의도된 것이었다고 한다.

책의 일부를 들여다보자.

“조선총독부의 식민사관은 주로 한국 고대사에 집중되어 있다. 민족사의 뿌리부터 왜곡시키기 위해서다. 먼저 조선총독부는 한국사를 반도사半島史로 축소시켜 놓았다. 한국사의 본무대였던 대륙과 해양을 삭제하고 반도사로 가두어둠으로써 한국인들 스스로 자국사를 반도사로 좁게 인식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다음에 한반도 북부에는 중국의 식민통치기구인 한사군이 있었고, 한반도 남부에는 일본의 식민통치기구인 임나일본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방 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땅에서 『동북아역사지도』는 조선총독부의 이런 관점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그나마도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이런 지도를 그릴 수도 없었던 편찬위원회는 동북공정의 관점이 고스란히 담긴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을 그대로 베꼈다. 게다가 독도를 제외시켜서 일본 극우파의 침략사관에 동조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 세금 47억여 원을 들여서 만든 『동북아역사지도』의 현주소다.”


● 누가 왜 우리 역사와 영토를 팔아먹는가

그럼 누가 이런 우리의 역사를, 영토를 왜 팔아먹는가에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이덕일 선생의 분석에 의하면 이렇다.

“상식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이런 지도를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13년까지 이 지도의 제작을 담당했던 사람은 ‘실제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입증하는 자료와 논리가 아주 허술하고, 간도 영유권 주장이 허술하다’고 주장하던 이였다. 이런 사람이 만든 『동북아역사지도』에서 독도는 어떻게 표기되고 있을까? 당연히 지워져 있다. 실수로 빼먹기에 독도는 한일 간에 너무나도 첨예한 땅 아니었던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땅 아니었던가?

단군을 신화의 영역으로 보내버리는 등 고조선사 죽이기에 앞장서온 교수, 독도와 간도 영유권 주장 논리와 자료가 허술하다고 주장하는 교수……. 이런 사람들이 동북아역사지도를 만든 실무자들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격이다. 동북아역사지도가 그런 꼴로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들, 식민사학자들은 ‘실수’ 따위 하지 않는다. 명백하게 의도를 가지고 지도를 만든 것이다. 자신들이 하늘 같이 떠받들어온 조선사편수회발 ‘한사군 한반도설’, ‘임나일본부설’, 그리고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에 치밀하게 입각한 지도를 만든 것이다. 한민족사의 시간과 공간, 사람들을 축소, 폄훼하여 자신들의 식민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조선총독부 사관에 해방 70년이 지난 오늘도 식민사학자들은 충실히 복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지도 속에 숨겨져 있는 식민사학의 관점을 하나하나 지적한다. 광복 70년을 맞는 오늘, 제대로 된 우리 역사를 알고, 기억하고, 그 역사를 널리 알리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죽비같은 책이다. 단, 단점은 다 읽고 나면 ‘새로운 역사를 알았다’는 기쁨 못지않게 이런 우리 역사 현실에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