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코치 “불펜 혹사? 연습 투구수라도 줄여라”

입력 2015-08-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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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 스포츠동아DB

‘불펜 20승’ 삼성 김현욱 코치의 조언
“밸런스 괜찮으면 공 5개면 충분하다”


삼성 김현욱(45·사진) 트레이닝코치는 ‘20승 투수’ 출신이다. 1997년 쌍방울에서 20승2패6세이브를 기록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20번의 승리를 모두 구원등판으로 따냈다는 점이다. 그해 불펜에서 무려 157.2이닝을 소화하면서 웬만한 선발투수들보다 많이 던지고, 많이 이겼다. 역대 20승 투수 가운데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펜투수였던 김 코치가 1996년 99.1이닝, 1998년 129.1이닝, 1999년 93이닝, 2000년 109이닝, 2001년 95.2이닝을 각각 던졌다. 70이닝을 넘긴 해가 8시즌, 그리고 그 가운데 3시즌 동안 100이닝을 넘겼다. ‘고무팔’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삼성이 김 코치에게 투수들의 보강운동 관리를 전적으로 맡기는 이유다.

김 코치의 구원 20승이 탄생한지 18년이 흐른 올 시즌, KBO리그는 다시 불펜투수들의 ‘혹사’ 또는 ‘투혼’으로 연일 화제다. 24일까지 한화 권혁이 65경기에서 94.2이닝을 던지고 있어서다. 심지어 권혁의 올 시즌 누적 투구수는 1729개에 달한다. 1위 삼성의 필승불펜 안지만(968개)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고, NC 최금강(1274개)이나 넥센 조상우(1211개)처럼 상위권 팀에서 가장 자주 등판하는 셋업맨들과 견줘도 월등하게 많다.

김 코치는 “내가 뛸 때는 무조건 나가라면 나가서 던지던 시절이다. ‘혹사’ 같은 생각은 하지 못했고, 승리하기 위해 던지는 게 먼저였다”며 “요즘 선수들은 그렇게 하라면 못 한다. 보강운동을 잘하면 후유증 없이 오래 던질 수 있으니, 최대한 선수들 개인의 특성에 맞게 관리해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예전 선수들의 ‘희생’은 ‘투혼’으로 포장될 때가 많았다. 특히 불펜투수들은 쓰임새에 비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팔이 빠져라 열심히 던지다가 만 30세만 넘어도 ‘노장’으로 분류됐다. 만 35세에 은퇴한 김 코치는 “20승을 할 때 연봉이 4200만원이었다. 이듬해 딱 2800만원이 올라 7000만원이 됐다”며 “그것 때문에 동료들에게 ‘네가 그만큼 받으면 우린 어떡하느냐’고 욕도 많이 먹었다. 그땐 팀 사정이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다.

요즘 투수들은 역할 분담이 철저하게 이뤄져 있고, 몸값도 훨씬 높아졌다. 무엇보다 과거의 선배들보다 훨씬 오래 선수생활을 한다. 한국 나이로 불혹인 투수 임창용(삼성)이 한창 때인 후배 안지만(32)을 향해 “예전 같았으면 너도 벌써 은퇴했을 나이”라고 농담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불펜투수들이 최대한 팔을 아껴가며 던질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김 코치는 경험에 근거해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 연습 투구 때 너무 힘을 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요즘 투수들은 몸을 풀 때 불펜에서 너무 많은 공을 던진다. 20개, 30개씩 던져 보고도 ‘충분히 풀렸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마운드에 오른다”고 지적하면서 “밸런스와 공에 대한 자신감만 있다면 캐치볼을 조금 해보고 공 5개만 던져 봐도 충분하다. 아래에서는 최대한 힘을 아꼈다가 경기에 나가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불펜투수들은 몸을 풀면서 대기할 때 누적된 투구량 때문에 피로를 호소하곤 한다. 김 코치는 “임창용이나 안지만 같은 1급 투수들은 몸을 풀 때도 템포 조절이 다른 선수들보다 빠른 편”이라며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꾸준하게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오래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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