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닷컴DB·대원미디어·스마일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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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은 스크린에 수컷 냄새가 가득할 전망이다. 남남(男男) 커플들이 제대로 맞붙는다. 10대 여진구부터 40대 송강호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충무로 스타들이 저마다 짝을 지어 극장가 문을 두드린다. 과연 추석 시즌에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커플은 누가 될까. 민족 대명절을 한달 앞둔 시점에 대표 기대작들을 정리해봤다.


● ‘사도’ 유아인-송강호, 왜 이제야 만났을까

믿고 본다는 배우 송강호와 유아인이 아버지와 아들로 만났다. 그것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부자(父子)인 영조와 사도세자로.

두 사람이 주연을 맡은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만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의 가족사를 담은 영화다. 2005년 ‘왕의 남자’로 1230만 흥행을 기록하며 충무로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다.

‘사도’를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송강호와 유아인. 이 특급 캐스팅을 두고 이준익 감독은 지난 제작보고회에서 “송강호를 영조 역에 캐스팅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밝혔다. 유아인에 대해서는 “쓸 때부터 사도 역으로 찍어놓고 썼다”면서 “그의 연기는 내가 말로 수식할 수가 없다”고 극찬했다. 한 컷에 포착되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는 두 사람이 어떤 케미를 그려낼지 기대된다.


● ‘서부전선’ 설경구-여진구, 이런 신선한 조합을 봤나

‘19살 차’ 송강호와 유아인보다 10년 더 차이나는 남남 커플이 있다. 1968년생인 설경구와 1997년에 태어난 여진구가 그 주인공. 29년의 나이 차만 놓고 보면 극 중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선하게도 이들의 관계는 전쟁 중 만난 남한군과 북한군이다.

설경구와 여진구가 의기투합한 영화 ‘서부전선’은 농사를 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영광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다. 이 작품에서 설경구와 여진구는 각각 남복과 영광을 연기했다.

설경구는 25일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극 중 여진구와 서로 막 대한다. 욕지거리를 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촬영하면서 자식뻘에게 욕먹긴 처음이다. 그러나 여기서 나오는 케미가 있으니 즐겁게 봐 달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인 이들의 조합에 기대가 큰 이유는 여진구에게 있다. 그간 여진구는 ‘화이’ 김윤석 조진웅을 비롯해 ‘백프로’ 윤시윤 ‘내 심장을 쏴라’ 이민기 등 주로 남자 배우들을 상대했다. 나오는 작품마다 멋진 男男 앙상블을 선보인 그이기에 설경구와의 호흡도 훌륭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쇼박스·CJ엔터테인먼트·크리픽쳐스·롯데엔터테인먼트·대원미디어·스마일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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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 성동일-권상우, 주전공 코미디로 한판승부

성동일은 코믹범죄추리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을 통해 권상우와 처음으로 뭉쳤다.

‘탐정: 더 비기닝’은 한국의 ‘셜록’을 꿈꾸는 추리광 ‘강대만’과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 ‘노형사’의 비공개 합동 추리작전을 담은 코믹범죄추리극이다. 성동일은 ‘광역수사대 식인상어’라는 화려한 과거에도 불구 현재는 일개 형사로 좌천된 ‘노태수’ 역을 소화했다. 권상우는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이자 프로파일링 동호회 회장에 빛나는 강대만을 열연했다.

성동일의 코미디는 두 말하면 잔소리 세 말하면 입 아픈 클래스다. 반면 브라운관에서 ‘실장님의 아이콘’으로 불린 권상우표 코미디에는 의문을 가지는 시선도 있을 터. 그러나 알고 보면 성동일 못지않게 권상우의 주종목도 코미디다. ‘화산고’로 데뷔한 그는 활동 초 ‘일단 뛰어’와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코미디 영화로 화제가 됐다. 특히 권상우는 493만명을 동원한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제39회 백상예술대상과 제40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남자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24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성동일과의 호흡에 대해 “이렇게 행복하고 즐겁게 작업한 적이 없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집에 가기 싫더라”며 “촬영이 끝나면 성동일 선배와 영화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 시간 덕분에 현장에서 연기할 때 더 친밀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권상우가 이만큼 자신만만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탐정: 더 비기닝’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찰떡궁합을 펼쳤을지 궁금증이 커진다.


● ‘극장판 도라에몽’ 노진구-도라에몽, 반백년이면 베테랑 수준

여진구에 앞서 또 다른 진구도 9월 17일 추석 시즌을 노린다. 안경을 쓴 친숙한 노진구의 男男 파트너는 22세기에서 온 고양이 로봇 도라에몽. 이들은 2월 설 시즌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이후 반년 만에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영웅기’로 국내에 돌아온다.

극장판 탄생 35주년 기념작인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영웅기’는 새롭게 등장한 도라에몽의 비밀도구 ‘버거감독’의 도움을 받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도라에몽과 친구들이 우연히 외계행성 포클별 보안관 ‘아론’의 부탁을 받고 우주해적들과 맞서는 모험을 그린다.

1969년 탄생 이후 46년째 전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도라에몽과 노진구. 이들의 케미는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반백년에 가까운 세월이 증명해주니까 말이다.

‘사도’부터 ‘극장판 도라에몽’까지 상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풍성하게 차려진 추석 라인업. 지난해 추석 강자였던 ‘타짜-신의 손’의 승리 운이 올해 어디로 향할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