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갔으니 A매치 뛰고 와”, 최강희·김학범의 제자사랑

입력 2015-09-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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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최강희 감독-성남 FC 김학범 감독(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한국프로축구연맹

“난 우리 아이들을 물가에 풀어놓겠다. 그곳에선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8월초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동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한 축구계 지인과 대화하던 도중 한 말이다. 얼핏 냉정하게 들리는 표현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누구나 쉽게 기회가 닿지 않는 대표팀, ‘물가에 풀어놓은’ 제자들이 당당한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꾸준히 생존해주기를 바라는 스승의 당연한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속팀 감독의 마음은 훨씬 간절하다. 어쩌다 한 번 모여 짧게 손발을 맞추고 실전에 나서는 대표팀과 연중 내내 함께 얼굴을 마주보고 살을 부대끼는 소속팀의 입장이 같을 순 없다. 제자가 A매치에 출격해도 걱정, 벤치에만 앉아 있어도 걱정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선두를 굳게 지켜온 전북은 3일 라오스전(화성)∼8일 레바논전(베이루트)으로 이어지는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나설 대표팀에 권순태(31), 김기희(26), 이재성(23) 등 3명의 태극전사들을 배출했다. 여기에 호주대표팀에 뽑힌 수비수 윌킨슨(31)까지 합치면 4명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의 생각은 분명했다. “그냥 가방 들고 (대표팀 캠프에) 왔다 갔다 말고, 기왕이면 (A매치에) 뛰고 오라.” 정규리그 외에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출전하느라 선수들이 많이 지친 게 사실이지만, 어차피 쌓일 피로라면 차라리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의미다. 훈련에만 참여한 뒤 벤치만 달구면 애써 만들어놓은 경기감각이 흐트러질 뿐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 정신적 충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용도 공격수 황의조(23)를 생존경쟁의 물가로 내보낸 성남 김학범 감독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다. 김 감독은 황의조에게 “살고 죽는 건 자신이 직접 부딪히고 감수해야 할 일”이라며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꼭 붙잡아야 한다”는 조금은 비장한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석현준(24·비토리아)을 빼곤 마땅한 카드가 없는 원톱에 1경기는 뛰지 않겠느냐”는 말로 제자의 A매치 출전을 기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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