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장애 딛고 돌려차기…우크라이나 마르축의 기적

입력 2015-09-2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우크라이나 장애인태권도선수인 비카 마르축(왼쪽)이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에게 직접 뜨개질한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세계태권도연맹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 銀…올림픽 출전 꿈

태권도가 장애여성의 삶에 작은 기적을 꽃피웠다. 제6회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 18일(한국시간) 터키 삼순. 우크라이나 절단장애선수 비카 마르축(25)은 여자부 -49kg급 K44 부문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장애등급이 더 심한 K43 판정을 받았지만, 출전선수가 많지 않아 K43과 K44 등급이 합쳐졌다. 지난 3차례 대회에서 우승한 그녀는 이번 대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불우한 기억으로 점철된 유년기를 보냈다. 선천적 장애로 팔 길이가 일반인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손가락도 온전치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따듯한 온정 한 번 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 버려졌다. 심각한 정서불안과 대인기피증이 그녀를 괴롭혔다. 수영과 테니스로 외로움을 달래다 우연찮게 접한 태권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겨루기를 통해 부족했던 힘과 자신감을 길렀다.

태권도를 시작한지 9개월 만에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회 연속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며 자신을 감쌌던 그늘을 조금씩 벗겨냈다. 강석재 세계태권도연맹(WTF) 국제부 차장은 “지금은 먼저 다가와 인사도 하고 농담을 건넬 만큼 성격이 밝아졌다”고 밝혔다. 마르축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조정원 WTF 총재에게 3주 동안 직접 수놓은 손뜨개를 선물하기도 했다.

내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녀는 인생의 새 전환기를 맞고 있다.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해외여행의 매력에 빠졌다”는 그녀의 꿈은 올림픽이다. 마르축은 “태권도가 2020도쿄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올림픽 출전 꿈을 꼭 이루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삼순(터키)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