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아마추어 선수들 ‘불법 스포츠 도박’ 예방교육 중요

입력 2015-09-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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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도 불법 스포츠 도박의 청청지대가 아니다. 최근 남자프로농구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학 등 아마추어 신분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하면 사후에라도 처벌을 받는다.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KBL이 이달 10일 연 자정결의대회. 스포츠동아DB

14. 초중고·대학선수들 ‘안전지대’ 아니다

프로농구 징계선수 11명 중 자진신고 단1명뿐
고교 축구부 선수까지…실태파악 못해 악순환
종목 협회·프로연맹·정부차원 종합대책 절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 종목이 모두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경기조작 등의 중병을 앓았다. 전·현직 프로선수와 지도자들이 연루돼 법의 심판을 받았다. 특히 최근 남자프로농구에서 불거진 전·현직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로팀에 입단한 뒤에도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상당수 선수들은 대학 재학중에 불법 베팅을 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이들은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종목을 불문하고 대학생 등 아마추어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다는 소문은 파다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 의해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프로축구 현역 선수들이 다수 승부조작에 연루됐을 당시에도 대학축구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리고 축구에선 지난해 비슷한 사례가 적발된 적이 있다. 포항 스틸러스 산하 고등학교 축구부 소속 선수 2명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자체 징계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도 진상조사를 거쳐 이들에게 6개월 자격정지의 추가 징계를 했다. 이에 따라 프로뿐 아니라 대학교나 고등학교 등 아마추어선수들을 대상으로도 불법 스포츠 도박 예방교육을 더욱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대학생 선수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 감독이 철저하게 이행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마추어선수들은 프로연맹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어 대한농구협회, 대학농구연맹 등과의 공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이나 고교 시절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프로에 진출한 이후 드러나면 해당 프로연맹과 소속팀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농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수 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도 긴밀하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프로축구 한 관계자는 “프로농구 사태를 지켜보면서 아마추어선수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축구의 경우 대한축구협회가 각종 자료를 만들어 초·중·고교생,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불법 스포츠 도박이 만연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갖고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스포츠 전체를 총괄하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있다. 이 단체에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공동 대책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를 통하면 대학이 운영하는 모든 운동부에 대한 교육, 관리, 감독이 가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고교 등 아마추어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얼마나 가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전혀 없다. 설사 불법 스포츠 도박을 했더라도 이런 사실을 자진해서 신고할 이들은 없다고 봐야 한다. 대학 진학이나 프로 입단 등에서 큰 불이익이 따른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이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다. 실제로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남자프로농구 현역 선수 11명 가운데, KBL 자체 조사 당시 자진 신고한 선수는 1명밖에 없었다.

KBL 관계자는 “프로 구단은 대학이나 고교에서 선수를 수급 받는다.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얘기다. 각 종목의 협회와 프로연맹뿐 아니라 정부까지 포함해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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