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15~2016시즌 개막 특집] 새 술은 새 부대에…강성형 감독, 환골탈태 진두지휘

입력 2015-09-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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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위권을 전전하던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창단한 KB손해보험은 새 시즌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다. KB손해보험의 초대 사령탑이 된 강성형 감독은 새로운 팀 문화와 전통을 심어주려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5. KB손해보험 첫 사령탑 강감독의 포부

조직력 정비 위해 베테랑 권영민 영입
후배 이끌며 훈련 앞장…분위기 쇄신
고질적인 리시브 불안 대안 없어 고민
김요한·마틴 호흡 다양한 플레이 기대


V리그 출범 초기에는 ‘빅3’에 들었지만, 지금은 뒤에서 순위를 확인하는 것이 빠른 팀. 유난히 현대캐피탈에 약해 ‘천안 원정 트라우마’까지 생겼던 LIG손해보험이었다. 주인이 바뀌고 팀명을 KB손해보험으로 변경하기 전인 2014년 12월 21일 마침내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당시 LIG손해보험 수석코치였던 강성형(45) KB손해보험 감독은 직전 시즌까지 현대캐피탈 수석코치였다. 강 감독에게 “밖에서 봤을 때 LIG의 문제점”을 물었다. “허술한 팀, 상대하기 쉬운 팀, 끝까지 따라가면 스스로 무너지는 팀”이라고 답했다.

LIG손해보험 감독대행을 거쳐 kB손해보험의 첫 번째 사령탑이 된 강 감독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팀 문화와 전통을 심어주려고 한다. 물론 구성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관행과 습관, 과거의 전통을 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몸보다 정신을 바꾸기가 더 어렵다. 지난 시즌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고비에서 무너지는 선수들의 정신을 강화시키고, 단결력과 조직력을 강화하려고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10월 10일 개막하는 2015∼2016시즌을 앞두고는 코트보다 숙소와 라커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팀 문제의 본질을 본 것이다.


● 여전히 풀리지 않은 리시브 문제

KB손해보험 선수들은 리시브와 전쟁 중이다. 이 전쟁에서 어떤 결과가 나느냐에 따라 새 시즌의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그동안 문제를 알고는 있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지금도 뾰쪽한 방법은 없다. 다른 팀들보다 공격 파워나 높이는 떨어지지 않지만, 리시브와 연결에서의 문제가 항상 발목을 잡았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모범적인 수비형 레프트였던 강성형 감독은 “리시버와 세터, 리베로의 삼각형이 중심을 잡아줘야 팀에 안정감이 생기는데, 여기서 버티지 못해 흔들렸다. 결정적인 순간에 범실이 연속으로 나오는 것도 리시브 불안 탓이다”고 진단했다.

팀의 퍼즐이 완벽하게 맞지 않은 이유도 있다. 그동안 신인드래프트 때 상위 순번을 자주 잡았지만, 항상 그해 최고의 공격 자원을 먼저 뽑았다. 팀에 필요한 중요한 퍼즐보다는 이름을 먼저 봤던 전략상의 실수가 뼈아프다. 몇 차례 트레이드도 단행했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새 시즌에도 김요한, 김진만, 손현종, 이경수가 리베로 부용찬과 함께 상대팀의 ‘서브 폭탄’을 견뎌내야 한다. 팀 훈련에 앞서 김진만, 손현종은 리시브 훈련을 먼저 하며 감각을 높이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자나 깨나 리시브’다.


코트보다 라커룸, 숙소에서 조직력 갖춰야 하는 KB손해보험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LIG손해보험 사령탑은 5명이 거쳐 갔다. 몇 차례 감독대행도 있었다. 누구도 연임하지 못했고, 평균 재임기간 역시 2년을 넘지 못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다 결과가 나쁘면 리셋(reset)하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감독에 따라, 사령탑의 배구관에 따라 선수들은 새로운 것을 익혀야 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자 조직력은 차츰 깨졌다. 선수들은 눈치를 봤고, 머리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시즌의 성패를 미리 판단해 가망성이 없으면 각자도생을 꿈꿨다.

그래서 감독과 구단은 좋은 성적으로 선수들에게 시즌의 희망을 주거나, 철저한 생활관리를 통해 생각을 잡아야 한다. 호성적과 생활관리, 선수들이 놀랄 만한 보상, 현장의 막강한 권한이 어우러지면서 가능했던 것이 바로 삼성화재의 성공신화다. LIG손해보험은 그동안 이 점을 간과했다. 결과는 참담한 성적의 연속이었다.

강성형 감독은 팀의 근본적 문제점을 지난 시즌 막판의 사례로 설명했다. “시즌 막판 선수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플레이를 했다. 그래서 ‘새 감독과 새 배구를 하려고 하느냐’고 대놓고 얘기했다. 말주변이 없어 직설적으로 했다.” 누구보다 팀의 문제점을 잘 꿰뚫어본 강 감독은 그래서 코트 또는 숙소에서 선수들을 이끌어갈 리더를 찾았다.

권영민의 영입은 그런 면에서 최고의 선택이다. 베테랑은 훈련에 앞장서고, 잘못한 점이 보이면 후배들을 엄하게 지적도 하면서 팀 분위기를 새롭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교육의 효과는 크고 전파력도 빠르다. 은퇴를 눈앞에 둔 이경수의 자각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연습경기에서 이전과 다른 투혼과 제스처를 보여줬다. “이경수가 달라지면 KB가 달라진다”고 배구인들은 말한다.


잦은 부상은 팀의 불안요소

KB손해보험은 최근 2시즌 동안 주전들의 잦은 부상으로 고생했다. 이경수, 김요한, 정기혁 등이 아팠다. 지금도 몇몇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고질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는 김요한은 한때 오른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세 때문에 재활을 계속했다. 14일부터 공을 만지기 시작했다.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공격 능력은 여전하다. 허리가 편해지면서 리시브에서도 좋은 동작이 자주 나온다. 지난 시즌 35경기 133세트에 출전해 474득점을 했던 김요한은 득점 하나가 모자라 구단과 맺었던 옵션을 달성하지 못했다. 득점 점유율 20%가 옵션 기준이었는데, 19.99%에 그쳤다. 스파이크 하나 차이로 큰 액수의 보너스를 놓쳤다. 1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실감했다.

정기혁은 허벅지 근육이 또 찢어졌다. 치료와 재활을 통해 정상으로 돌아오다가 같은 부위에 또 이상이 생겼다. 시즌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하현용, 이수황, 김민규가 버티는 센터진의 보강이 필요해졌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비형 레프트를 선택할 계획이었지만, 센터 보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신인드래프트 지원자 명단을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라이트 이강원도 허리가 좋지 못하다. 하현용도 어깨 수술을 마치고 이제 막 훈련을 시작했다. 강성형 감독은 “부상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시즌의 가장 중요한 변수다. 특히 외국인선수의 부상은 치명타다”고 말했다.

마틴에게는 부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격 관리다. 지나친 투지 때문에 문제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연습경기 때도 팀이 지거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동료들을 강하게 질책하고 스스로 화를 삭이지 못해 문제행동을 가끔 한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그동안 팀에 필요했던 승부사가 합류한 것이지만, 부정적일 경우 팀의 화합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코칭스태프가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한계를 넘으면 경고신호를 줘야 한다.



팀 전술의 변화와 시즌 운용 구상

세터 권영민의 가세로 플레이가 과거보다는 빨라질 것이다. 최근 2시즌 동안 50.24%, 47.32%의 엄청난 공격 부담률을 기록했던 에드가를 대신해 마틴을 선택한 이유다. 권영민의 빠른 토스를 이용해 플레이의 스피드를 높이려고 한다(마틴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예선 등 국제대회에 차출되지 않는다는 것도 고려했다).

권영민의 머리 위로 얼마나 정확히 리시브가 올라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권영민의 기량을 이용해 얼마나 빨리 연속실점을 끊느냐가 달라진 KB손해보험을 확인시켜줄 것이다. 20점 이후 리시브 불안증세가 모두에게 전염되면서 연속실점을 했던 병만 고쳐도 희망은 있다.

과거에는 리시브가 불안해 2단 연결에 의한 공격이 많았다. 그 바람에 상대적으로 센터 하현용의 공격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문제점도 이번에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팀들이 “가장 플레이가 달라지고 변화가 궁금한 팀”으로 KB손해보험을 꼽는 이유도 바로 권영민이 존재 때문이다.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2단 공격에 능하고 타점과 파워가 있는 김요한이 마틴과 함께 좌우 균형을 잡아주고, 종전보다 훨씬 아기자기한 플레이와 패턴 플레이가 많아진다면 KB손해보험은 허술한 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반 대진 일정이 좋아 가능한 많은 승수를 쌓으려고 한다. 11월 중순 빡빡한 경기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고비에 접어들기 전에 많은 승수를 저축하겠다는 것이 강성형 감독의 복안이다.



키플레이어

팀의 플레이와 문화를 바꿔줄 존재라는 점에서 권영민이 중요하다.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한 뒤 첫 인사 자리에서 그는 “5년 전에 왔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당시 LIG손해보험은 FA 선수였던 그의 영입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새로운 팀에서 군기반장 역할까지 맡은 권영민의 요즘 표정은 밝아졌다. 그는 “편해졌다. 경기 도중 쫓겨난다는 부담이 없다. 내가 경기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목표의식이 생겼다.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은 힘든 훈련도 즐기게 된다. 대표팀에서 같이 뛰던 선수들도 많아서 어색한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 강성형 감독. 스포츠동아DB



강성형 감독 “끈적끈적한 팀으로 새로운 역사 쓰겠다”

예전 우리 팀은 유리 같아서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곤 했는데, 끈적끈적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연습경기를 많이 했다. 상대팀에 우리의 약점을 보여주더라도 문제점을 찾아내서 해결하려고 했다. 강압적인 방식이 아닌, 선수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운 얘기도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 포지션에서 열심히 한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줄 것이다. 훈련 따로, 경기 출전 따로는 없다. 연습 때 열심히 해서 경기를 앞두고 가장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가 경기에 나간다. 이름값은 생각하지 않는다. 연봉협상 때도 구단에 “열심히 훈련했지만 경기에 나가지 못한 선수는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고맙게도 구단이 잘 들어줬다. 그동안 상대팀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허술한 팀”이라는 얘기는 듣지 않도록 하겠다. 팀 이름도 달라졌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쓰겠다.

수원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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