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인터뷰] 이유영 “지금의 나처럼 일상적인 연기하고 싶어요”

입력 2015-09-28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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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영은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쌀쌀한 가을 날씨에 어울리는 본격 미스터리 스릴러 ‘그놈이다’가 10월 28일에 개봉합니 많이 기대해주세요~”라고 추석 인사를 전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이유영이 이렇게나 곱고 단아했던가. 5월 개봉한 영화 ‘간신’ 속 설중매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이유영이 ‘간신’에서 연기한 설중매는 조선 최고의 명기로 짙은 화장과 도발적인 언행이 인상적인 인물. 그러나 추석 연휴 직전에 만난 이유영은 마치 수줍게 핀 봄꽃 같았다.

“어릴 때는 명절마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어요. 경북 경주였는데 고향 가는 길이 정말 즐거웠어요. 한복을 차려 입고 친척들에게 인사드리고 세뱃돈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어릴 때 이후로는 평소에 한복을 입어본 적이 없어요. 가끔 한복과 관련된 추억들이 그리워요.”

한복이 마음에 든다며 연신 함박미소를 짓는 이유영. 그에게 이번 추석 연휴 동안의 계획을 물었다.

“졸업 공연 때문에 매일 연습 중인데 추석에는 쉬어요. 집에서 함께 명절 음식도 만들어야죠. 매년 전을 부치다 기름 범벅이 된답니다. 하하. 이제는 우리 집이 큰집이라 친척들이 우리집에 모이거든요. 다 같이 밥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눠야죠.”

이유영은 “친척들은 내가 배우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더라. 특히 ‘간신’을 찍었을 때는 놀라워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릴 때의 나는 정말 소심했다. 말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였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연기를 하면서 점점 활발한 성격으로 변했다”면서 “이제 친척들이 볼 때마다 ‘배우 생활 하는 게 보기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더라”고 덧붙였다.

친척들이 놀라워할 만큼 ‘간신’은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자칫 ‘노출’에만 포커스가 맞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유영은 이에 앞서 데뷔작 ‘봄’에서도 전라 노출을 감행한 바 있다. 주위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러나 이유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두 작품을 노출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은 역할에서 오는 캐릭터적인 ‘매력’에 온전히 집중했다.

“부담스러웠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거예요. ‘봄’과 ‘간신’을 촬영하면서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고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혹자가 그저 노출로만 바라볼 때는 좀 아쉽고 속상해요. 제가 사람들에게 어떤 배우인지 알리려고 더 노력하면 그런 시선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생각대로 ‘봄’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작품성으로 인정받았다. 이 작품의 히로인 이유영은 제14회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봄’을 계기로 다수의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10월 개봉하는 영화 ‘그놈이다’의 캐스팅도 ‘봄’ 덕분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사람들의 죽음을 예지하는 여자 시은을 연기했다. 이유영은 “시나리오를 읽고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기존 영화에는 없던 캐릭터”라며 “정말 좋은 역할이라 다른 배우들이 봤어도 다들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유영은 ‘그놈이다’에 이어 홍상수 감독의 18번째 영화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달 촬영을 마친 이 작품에 대해 “귀여운 멜로의 느낌이지 않을까”하고 귀띔했다.

영화 ‘간신’의 한 장면과 한복 인터뷰 촬영에 임하는 이유영(우)의 모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매 작품마다 평범치 않은 인물을 그려온 이유영. 그는 “지금의 ‘나’ 같은 일상적인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저는 ‘간신’의 설중매처럼 되바라지지 않았거든요(웃음). 아직 학생이고 성숙하지도 않아요. 더 나이 들기 전에 발랄한 대학생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다 좋아요. 사극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대신 설중매 같은 역할 말고 단아한 역할로요. 액션도 자신 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정신력으로 잘 해낼 수 있어요.”

이유영은 “최대한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고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고 나의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면 연기 외적으로 ‘인간’ 이유영으로서 세운 인생 계획은 어떤 그림일까.

“배우로는 어떤 역할이든 스펙타클하고 재밌게 살고 싶어요. 그렇지만 제 인생은 최대한 평범하고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배우하기 전의 순수했던 모습을 최대한 잃지 않을 거예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당당하게 공개 연애할 거예요. 그만큼 더더욱 신중하게 만나야겠죠. 결혼도 너무 늦게 않게 해서 아이도 낳고 싶어요. 요즘 그런 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일도 일상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영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다시 연극 연습에 매진한다. 그가 오르는 무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공연. 토드 스트라서의 소설 ‘파도’를 원작으로 한 영화 ‘디벨레’를 연극화한 정치 비판적인 작품이다. 이유영은 이 공연에서 고등학생 일진을 맡았다.

“하루 최소 4시간씩 매일 연습하고 있어요. 시간이 길지는 않은데 연기할 때 소리를 많이 지르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끝나고 나면 어지러울 정도예요. 그리고 대사의 반이 욕이에요. 연습하면서 욕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꿈에서도 욕이 나오더라고요. 하하. 요즘 주로 욕하거나 쫓기는 꿈을 꿔요.”

이유영은 남은 하반기 학교 졸업에 집중하며 ‘그놈이다’의 홍보에 힘쓸 계획이다. 그는 “좋은 작품이 있으면 바로 할 것이다. 다가오는 내년 설날에는 꼭 바빴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왠지 그의 2016년이 더욱 기다려진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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