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에 책 더 안 팔린다

입력 2015-09-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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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적시장 ‘가을 비수기’ 극복 안간힘

9월 매출 급감…여름·겨울보다 안 팔려
전자책 단말기 보급·할인행사 등 자구책


가을은 하늘이 높아지고 말 둔부에 살이 통통히 오르는 시기이면서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다. 자고로 가을이 되면 젊은 선비가 낭랑히 책을 읽는 목소리에 동네 처녀들의 마음이 콩닥콩닥 뛰었던 것이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로 꼽히는 이유는 역시 날씨 덕이 크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책읽기에 제격인 계절이기 때문이다. 농사도 다 지었겠다 풍성한 수확만 기다리면 되니 마음도 평온하다. 가을에는 인간의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기 때문에 책읽기에 좋다는 의학적 견해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말들이 무색해졌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도무지 책 판매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업계에서는 “가을은 절대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고 있을 정도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여름·겨울보다 책 안 팔려

가을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책 판매는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성인이 한 해 동안 읽은 책은 9.2권으로 세계 최하위권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가 최근 5년(2011∼2015)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서적 카테고리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1.3%, 2013년 -7.2%, 2014년 -9.3%, 2015년 -8.4%다. 단 한 번도 플러스 성장한 해가 없다. 독서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에 들어서도 책은 안 팔린다. 올해는 더 안 팔려 9월에 들어서면서 서적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1% 감소했다.

요즘은 거꾸로 덥거나 추워야 책이 잘 팔린다. 실제로 대형 출판사들의 조사결과를 보면, 겨울과 여름이 가을보다 책 판매량이 높았다. 출판업계는 1월, 3월, 7월, 12월을 출판계의 성수기로 꼽는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가을은 없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관계자는 “매년 월별 도서판매 비중은 비슷한 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가을은 매년 꾸준히 책이 안 팔리는 비수기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출판업계 일부에서는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말은 책이 안 팔리는 가을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일 수도 있다”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들린다. 가을은 ‘책을 읽는 계절’이 아니라 ‘책을 외면하는 계절’이 되어 가고 있다.

가을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치열하다. 대형서점들은 올해 가을 책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전자책에서 찾고 있다. 예스24시, 알라딘, 반디앤루이스 등 3대 서점과 출판사들이 합자한 한국이퍼브가 최근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카르타를 내놓고 독서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내 전자책 플랫폼 1위업체인 리디북스도 첫 단말기인 리디북스 페이퍼를 출시한다. 할인행사도 있다. 롯데마트는 책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국민 책읽기 프로젝트’를 10월1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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