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이범호(오른쪽)가 30일 사직 롯데전에서 3-0으로 앞선 3회초 2사 1루서 우중월2점홈런을 친 뒤 홈에서 김태룡 1루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범호는 이 한 방으로 한 시즌 개인 최다홈런(27호)과 더불어 개인통산 249홈런을 기록하며 김기태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3회 린드블럼 시속 149km 직구 통타
2005년 기록 깬 개인 시즌 최다홈런
김기태 감독 249홈런과 어깨 나란히
KIA 김기태 감독은 선수시절 개인통산 249홈런을 기록했다. 1개만 더 보태면 250홈런이었지만, 김 감독은 “1개 더 치려고 구차하게 더 하고 싶진 않았다”며 웃었다. 한계를 느꼈을 때, 과감하게 그만뒀다는 얘기다.
KIA 주장 이범호(34)는 2014년까지 개인통산 222홈런을 터트렸다. 삼성 이승엽, NC 이호준, 한화 김태균에 이어 현역선수로는 랭킹 4위였다. 김 감독은 이범호가 자신의 홈런 기록을 추월할 가능성에 대해 질문 받으면 “내 기록은 언젠가 저 뒤로 갈 것이다. 당연히 후배 선수들이 깨야 한다”고 답하곤 했다.
그러나 이범호가 2000년 한화에서 데뷔한 이후 단일시즌 개인 최다홈런이 26개였음을 고려하면 올해 김 감독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다 부상 전력까지 많아 144경기를 치르는 올 시즌 풀타임 활약이 버거울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범호는 9월의 마지막 날에도 KIA의 핫코너를 지켰다. 이날까지 KIA가 치른 139경기 중 무려 135경기에 나섰다. 브렛 필(137경기)과 더불어 KIA의 한 시즌을 책임지다시피 했던 ‘유이’한 야수다.
무리가 갈 법도 하건만, 이범호는 30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감독님이 자꾸 나만 보면 ‘미안하다’고 하시니 더 안 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자발성은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5번 3루수로 선발출장한 그는 롯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3회 2사 1루서 우중월2점홈런을 빼앗았다. 시속 149km의 직구를 밀어 쳐 비거리 120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3-0에서 5-0으로 달아나는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다.
이 홈런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이범호의 시즌 27호 아치였기 때문이다. 한창 젊었던 한화 시절인 2005년 기록한 자신의 시즌 최다홈런 기록(26홈런)을 넘어선 것이다. 아울러 개인통산 249홈런을 작렬해 김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범호는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팀 내 홈런 1위인 그는 올 시즌 정신적으로도, 전력적으로도 팀의 주축임을 증명하고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KIA가 시즌 끝까지 5위 싸움을 할 수 있는 중심에는 김 감독과 매끄럽게 교감하는 주장 이범호가 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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