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오디션 투수’ 홍성용, 11년 恨을 던지다

입력 2015-10-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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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 일본 독립리그 입단,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까지 굴곡진 시간을 보낸 좌완투수 홍성용은 11년의 기다림 끝에 kt 불펜에서 꼭 필요한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동아DB

LG방출-日독립리그 등 10년 동안 야구설움
투수 오디션 프로그램 계기로 NC서 1군 데뷔
kt 이적후 37경기 10홀드 왼손 스페셜리스트


‘나는 가수다’는 최고의 가수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었다. 최정상의 가수들이 노래 실력만으로 순위를 정하고 탈락자를 가리는 경연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뿌렸다. 이에 2013년 가을 ‘나는 투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스포츠전문케이블채널을 통해 방송됐다.

‘트라이아웃’이라는 부제가 표현하듯, ‘나는 가수다’처럼 최고 투수들이 모인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최고는커녕 평범한 투수들도 아니었다. 팀이 없거나 방출된 투수들의 경연장이었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도 시속 130km를 넘기기 어려웠다. ‘나는 가수다’가 최정상급 가수로 재인증 받기 위한 도전이었다면, ‘나는 투수다’는 투수로서 마지막 생존을 도모하며 몸부림치는 사투였다.

좌완 홍성용(29)은 그 해 ‘나는 투수다’에서 시속 130km의 공을 던지며 박찬호 등 출연진의 박수를 받았다. 박찬호의 호평은 NC 입단으로 이어졌다. 2014년 홍성용은 22경기에서 12.2이닝을 던졌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오른 1군 무대였다. 경기수보다 투구이닝이 훨씬 적다. 극단적으로 간결하게 위에서 내리꽂는 투구폼을 활용해 왼손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했음이 기록을 통해 엿보인다. 그러나 홍성용은 올해 초 주로 2군에 머물렀고, 6월 21일 kt로 트레이드됐다.

29일 홍성용은 문학구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다 “성용아”라는 부름에 멈춰 섰다. “한 시즌 소화한 가장 긴 이닝이 얼마나 되니?” 조범현 감독의 물음에 그는 “지난해 12이닝 정도 던졌습니다”라고 답했다. 문답이 계속됐다.

“2군에선?”(조 감독) “지난해 24이닝 던졌습니다.”(홍성용) “많이 던진 적이 없구나.”(조 감독) “예….”(홍성용) “올해 40이닝 정도 던졌는데 힘들지는 않니?”(조 감독) “예. 괜찮습니다.”(홍성용) “그래 아프지 말고.”(조 감독)

홍성용이 인사를 꾸벅하고 돌아가자 조 감독은 “매력 있는 친구다. 같은 조건이라면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며 ‘드러내놓고’ 편애를 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방출도 당했고, 일본 독립리그까지 다녀온 친구다. 프로 입단 10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섰는데, 그 정도 시간이면 많이들 포기한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여기까지 버텼다. 성실하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됐으면 한다.”

2005년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단했던 홍성용은 10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1군 데뷔조차 이루지 못했고, 팀에서 쫓겨나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일본 독립리그(2009∼2013년)까지 전전했다. 명색이 프로팀에 정식으로 지명된 선수였지만, 자존심도 버리고 오디션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했다. 11년의 한을 담은 듯 올해 그의 공은 빠르지는 않지만 날카롭고 묵직하다.

홍성용은 kt로 이적한 뒤 감독, 코칭스태프의 조언으로 팔 스윙을 좀더 크게 하며 스피드는 낮추는 대신 제구에 더 공을 들였다. 그는 “트레이드된 뒤 감독, 코치님들이 ‘맞으면 어때? 던지고 싶은 곳으로만 던져’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큰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kt에서 37경기에 등판해 36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3.68에 10홀드를 기록 중이다. 이제 kt가 이기고 있는 경기에선 “투수 교체 홍성용”이라는 감독의 말이 자주 들린다. 제10구단 kt가 그리고 있는 또 하나의 희망이다.


● 홍성용은?


▲생년월일=
1986년 11월 18일

▲출신교=온양온천초∼온양중∼북일고

▲키·몸무게=180cm·85kg(좌투좌타)

▲프로입단 및 경력=2005년 LG(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전체 35순위)입단∼2006년 경찰 입단∼2008년 LG 방출∼2014년 NC 입단∼2015년 6월 kt 이적

▲특이사항=2009∼2013년 일본 간사이리그 활동, 2013년 ‘나는 투수다’(SBS스포츠) 출연

▲2015년 성적=40경기 39이닝, 3패10홀드, 방어율 3.69(탈삼진 30개·볼넷 12개)

▲2015년 연봉=3000만원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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