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힘센 말 대명사 ‘그레이트 호스’, 대형종 마필 ‘샤이어 종’의 조상

입력 2015-10-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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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군마

인간이 등자를 발명하면서 전쟁에서 말은 더욱 중요한 수단이 된다. 등자를 발명하기 전에는 단순히 무거운 병장기를 나르거나 군수물자 등을 나르는 데만 이용하다가 등자가 발명된 후 말에 직접 올라가 전장에서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승자는 등자를 활용해 말 위에서 효율적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창이나 칼을 들고도 자유자재로 적진을 활보할 수 있었다. 말이 전쟁에 동원되던 초기에는 마구와 장비가 비교적 간단했다. 기승자는 작은 창과 칼로 무장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힘이나 크기보다는 속도와 기민성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전쟁 때 힘센 말 필요…대형종 ‘샤이어종’

시간이 지나 전쟁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더욱 힘센 말들이 필요하게 된다. 그리스·로마시대의 ‘채리엇(chariot)’이 좋은 예이다. ‘채리엇’은 일종의 2륜 마차로서, 말을 동력으로 한 마차의 위에 병사들이 탑승해 칼·창으로 상대를 공격하도록 되어 있었다. 중무장한 전사 2∼3명을 태운 전차를 끌기에 초기에 주류를 이루던 기민한 말들은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말에게도 갑주(甲胄)를 입히기 시작하면서 더욱 강한 말이 필요했다. 중무장한 병사와 함께 완전한 갑주까지 입어야할 ‘힘이 센 말’을 당시에는 ‘그레이트 호스’라고 불렀으며, 이 말들은 오늘날 대형종 마필인 ‘샤이어 종’의 조상이다. 보다 최근인 1,2차 세계대전에서도 샤이어종보다는 작았지만 중간크기의 말들은 박격포나 군수물자를 나르는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병연대는 군대에서 주된 전력이었다. 당시 영국군은 10만 명이 넘는 기병을 거느리고 있었고 전쟁에서 기민한 기병연대가 자국을 구원해주리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전쟁의 상황이 돌격이 주를 이웠던 기동전에서 참호전 기반의 소모전으로 전쟁의 양상이 바뀌게 된다. 참호와 날카로운 철조망, 그리고 기관총 때문에 기병연대의 돌격이 성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병대의 돌격전술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전술로 전락한 것이다. 그 결과 1차 세계대전에서만 무려 800만두가 넘는 말이 죽었다고 전해진다.

2차대전 이후 군마 수요 크게 줄어

1차 세계대전에서 얻은 교훈 때문에 2차 세계대전에서도 말이 전쟁에 동원되었지만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가하는 경우는 크게 줄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쟁에서 총포가 등장하고 전차가 등장하는 등 말의 전투력을 대체할만한 기기가 대거 발명되면서 말은 전쟁에서 설자리를 잃어갔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수단의 민병대나 중동 등 일부 분쟁지역의 경우, 지형이 험준한 지역에서의 작전수행 시 말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아직도 기병연대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임무는 다행스럽게도 의전용으로 국한된다. 그저 고색창연하게 보일지 몰라도 인류의 전쟁사에서 말들이 세운 혁혁한 공을 생각하며 기병대의 의전행사를 본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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