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연속 수상자가 어때서?…상처받은 ‘최동원상’

입력 2015-10-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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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 넥센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두산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목동|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최동원상’ 기준 논란

방어율 2.44 등 양현종 6가지 기준 충족
유희관 방어율 3.94불구 18승 거둬 수상

지난해 철완 고(故) 최동원 감독을 기리는 ‘최동원상’이 출범을 알리며 6가지의 엄격한 기준을 발표했을 때 ‘과연 그 중 2가지 조건인 15승 이상에 방어율 2.50 이하를 동시에 기록하는 투수가 쉽게 나올까’하는 의문부호가 따랐다(최동원상은 KBO가 시상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은행 후원으로 최동원기념사업회가 진행한다). 타고투저의 흐름을 떠나 180이닝 이상을 던져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현대야구에서 매우 힘든 일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투수 중 누구도 6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진 못했다. 초대 수상자는 16승을 올린 양현종(KIA)이었다. 상을 받으며 양현종은 매우 기뻐했지만, 방어율이 4.25로 기준보다 높고 180이닝 이상 투구도 하지 못한 점(171.1이닝)을 스스로 매우 아쉬워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해 다시 최동원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양현종은 그 약속을 지켰다. 15승6패, 184.1이닝에 방어율은 2.44다. 특히 최동원상의 기준인 180이닝 이상 투구, 선발 30경기 이상, 15승 이상, 150탈삼진 이상, 퀄리티 스타트 15회 이상, 방어율 2.50 이하를 모두 충족시켰다.

그러나 12일 최동원기념사업회가 제2회 수상자로 유희관(두산·사진)을 발표하면서 큰 논란이 따랐다. 유희관은 18승과 189.2이닝을 기록했지만, 방어율이 3.94로 양현종보다 1.50이나 높다. 탈삼진도 150개를 넘지 못했다. 선정위원회는 어우홍 전 롯데 감독이 위원장, 박영길 전 삼성 감독, 김성근 한화 감독, 김인식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 감독, 천일평 OSEN 편집인, 허구연 MBC 해설위원, 양상문 LG 감독 등 7인으로 구성됐고 이들이 1위부터 3위의 명단을 제출하면 점수를 합산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유희관은 21점, 양현종은 18점, 윤성환(삼성)은 17점으로 투표는 박빙이었다.

어우홍 위원장은 13일 “투표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처음부터 꼭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유희관은 독보적인 컨트롤의 미학을 보여줬고 팀 공헌도도 높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부 선정위원은 즉답을 피했다. “유희관이 투혼을 보여줬다”는 말도 나왔는데, 그 투혼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호하다. 차라리 ‘2회 연속 동일 수상자가 나오는 것을 피했다’거나 ‘포스트시즌 진출 견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으면 이처럼 큰 논란은 없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스스로 만든 엄격한 기준을 외면하면서 최동원상은 2회 만에 스스로 권위를 크게 손상시켰다. 양현종도 상처를 받을 수 있고, 먼저 상을 달라고 한 적 없는 유희관도 1년 중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 기간에 원치 않는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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