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박민우. 스포츠동아DB
NC 이동욱 수비코치가 박민우에게 보내는 편지
“막을 수 없는 공은 막지 않는다.”
이탈리아축구의 명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37)이 남긴 명언이다. NC 이동욱(41) 수비코치는 19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앞서 마산구장으로 출근하다 라디오에서 이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내야수 박민우(22)를 불렀다.
‘이영민 타격상’ 출신으로 휘문고를 졸업한 박민우는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다. NC는 그를 리드오프 겸 2루수로 일찌감치 점찍었다. 창단 때부터 수비코치로 일한 이 코치는 갓 입단한 박민우를 맨투맨으로 붙잡고 가르쳤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1군 첫 시즌이었던 2013년, 박민우는 개막전부터 실수를 연발하며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 코치와 박민우 모두 절치부심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 박민우는 이 코치와 함께 매일 밤낮으로 수비훈련에 몰두했다. 결국 당당히 1군 주전을 꿰찬 그는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LG와의 준PO 2차전에서 시리즈 탈락의 원인이 된 결정적 실책을 범했다.
박민우에게 첫 포스트시즌은 ‘아픔’이었다. 1년 만에 다시 치르게 된 포스트시즌, 올해 NC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꾸준히 ‘하던 대로’를 강조했다. 지난해의 학습효과가 있었기에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 코치도 일부러 박민우에게 말을 아끼고 훈련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러나 가을은 또다시 아픔을 줬다. 18일 PO 1차전 4회초 두산 오재일의 땅볼 타구 때 박민우는 송구실책을 범했다.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온 애매한 타구에 1루수 에릭 테임즈와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민우가 공을 잡은 뒤 베이스 커버를 온 투수 에릭 해커와 호흡이 맞지 않아 악송구가 됐다.
박민우에게 자칫 ‘트라우마’가 남을 수도 있는 상황. 이 코치는 제자에게 혼자만의 책임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리고 출근길에 들은 부폰의 명언을 얘기해줬다. 그는 “1번 졌다고 다 진 게 아니다. 축구에서 1골 먹었다고 지는 건 아니지 않나. 부폰은 ‘막을 수 있는 공만 막는다’고 하더라. (박)민우야, 우리도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1패가 탈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책 1개가 패배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실수를 만회하려는 제자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하던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고 조언해줬다.
박민우는 2차전에서 0-0이던 6회말 볼넷으로 출루했다가 견제사를 당했다. 또 다시 아픔을 겪었다.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마음이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도 1-1 동점이 된 2회말 2사 3루서 허경민의 평범한 2루수 앞 땅볼 때 악송구를 범해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럴 때일수록 이 코치의 따뜻한 조언 한마디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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