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김성찬 말라리아 사망 사건 촉발…외주제작 환경 개선 요구 목소리

입력 2015-11-16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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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11월 16일

지상파 방송사들의 TV 채널만이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매우 다양한 방송 플랫폼이 많은 시청자의 시선을 받고 있다. 또 각 채널의 프로그램이 드러내는 외양의 규모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 가운데 일정한 비중을 외주제작사가 제작해 방송사나 채널을 통해 방송한다. 하지만 외주제작의 열악한 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큰 논란이 되기도 한다.

1999년 오늘 한국방송연예인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총회를 열었다. 뒤이어 연기자 등 200여명의 연예인들이 서울 여의도 일대 거리를 행진한 KBS 별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연예인들의 이 같은 단체행동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들은 당시 총회와 성명을 통해 “외주제작 환경 개선”과 “제작사고 보험보상액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또 “재방송 출연료 보장” 등(1999년 11월18일자 한겨레) 권익의 문제도 거론했다.

연예인들은 당시 연기자 김성찬(사진)의 죽음을 계기로 방송 제작환경을 개선하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김성찬은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 촬영을 위해 라오스로 떠난 뒤 말라리아에 감염돼 한 달 가까이 의식을 찾지 못하다 결국 11월7일 세상을 떠났다. 45살의 나이였던 김성찬은 1972년 데뷔 이후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많은 시청자와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연기자였다.

김성찬이 쓰러진 뒤 당시 제작환경에 대한 책임 논란이 일었다. ‘도전 지구탐험대’의 외주제작사는 아무런 예방조치도 없이 출국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방송사인 KBS는 도의적 책임만을 언급하고 있었다. 연예인들은 “방송사가 촬영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만큼 책임 있는 역할과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연예인들의 성명과 거리행진은 그 주장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런 제작사고는 이후로도 끊이지 않았다. 각종 프로그램의 제작현장에서 연기자와 단역보조출연자, 스태프 등이 다치거나 숨졌다. 이런 사고는 현장 제작진의 ‘안전불감증’에 원인이 있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고를 예방하고나 사후 합리적인 대응에 나설 수 없는 구조적인 환경의 열악함이 있다고 방송관계자들은 말한다. 시청률 무한경쟁에 내몰린 채 부족한 제작비와 충분한 사전제작 과정이 전무한 실정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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