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개봉

입력 2015-11-18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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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11월 18일

이른바 ‘노동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 등에 대한 국회 심사가 시작됐지만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35∼54살 기간제 노동자가 원할 경우 고용 기간 제한을 현행 2년에서 4년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을 둘러싼 ‘비정규직 양산’ 논쟁, 노동자 파견업종 확대 논란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이런 논란 속에서 올해도 13일이 지나갔다. 역사 속 ‘11월13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노동법을 아는 “대학생 친구가 한 명쯤 있다면 좋겠다”던 순수했던 청년, 그가 세상에 온몸으로 맞서던 순간에도 손에는 수없이 읽어 낡아져버린 ‘근로기준법 해설’이 들려 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가 일하던 곳, 아니 수많은 노동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알게 됐다. 1970년 11월13일, 서울 청계피복공장의 평범한 재단사였던 전태일은 22살의 나이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흐른 1995년 오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사진)’이 관객을 만났다. 영화는 이후 전국 70만여명이라는, 적지 않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영화는 전태일기념사업회와 영화사 기획시대가 공동 제작했다. 당시 기획시대를 이끈 유인택 현 동양예술극장 대표와 ‘칠수와 만수’ ‘그들도 우리처럼’ ‘베를린 리포트’ 등 리얼리즘 영화를 대표하는 박광수 감독이 나섰다. 시나리오는 지금은 감독이 된 작가 이창동, 시인 김정환, 영화평론가 이효인, 조감독 허진호가 박광수 감독과 함께 썼다.

카메라는 전태일, 그리고 그의 삶과 죽음을 좇는 수배된 1975년의 한 청년 사이를 오갔다. 각각 흑백과 컬러로 과거와 현재를 그리며 영화는 전태일의 죽음 이후로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했다.

영화는 제작비를 후원한 관객들의 힘이기도 했다. 15억원의 제작비 가운데 2억5000여만원이 7700여명의 관객 후원으로 보태졌다. 그리고 그 이름들이 엔딩 크레딧에 담겼다. 세 차례 오디션을 거쳐 전태일 역을 맡은 홍경인을 비롯해 문성근, 김선재, 독고영재. 안소영 등 출연진도 여기에 힘을 더했다. 이들은 MBC미술센터 등이 재현한 1970년대 청계피복공장 세트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담아냈다. 홍경인은 호주 기술진이 참여한 분신장면을 직접 촬영하며 전태일의 외침을 생생하게 전했다. 개봉에 앞서 전태일 분신 25주기였던 13일 서울 종로3가 피카소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홍경인을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이제 모둔 마른 걸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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