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형 오타니’ 육성 장기플랜 필요

입력 2015-11-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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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햄 오타니 쇼헤이.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김광현·양현종 이후 스타급 투수 전무
세계청소년선수권 주역들 2군 머물러

3년 전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고교생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를 만난 적이 있다. 오타니는 그때도 고시엔 예선대회에서 시속 160km짜리 공을 던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오타니보다는 후지나미 신타로(21·한신)에 대한 평가가 더 좋았다. 오타니는 ‘공은 빠르지만 제구력이 나쁘다. 투타 겸업을 원하지만 프로무대에선 정체성을 빨리 찾아야 승산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3년 뒤 다시 만난 오타니는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해 있었다. 그는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한국과의 개막전과 19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인상적 피칭을 보여줬다. 올 시즌 15승5패, 방어율 2.24의 빼어난 성적을 거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그의 공은 더 위력적이었다.

일본으로서도 오타니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의 정식종목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New) 사무라이 재팬’을 목표로 고쿠보 히로키를 2017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전임감독으로 임명했고, 이번 프리미어 12에선 25세 미만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오타니를 이번 대회 ‘주인공’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본의 숨은 노력도 있었다. 이종열 대표팀 전력분석원은 “오타니는 원래 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마무리였다. 노리모토 다카히로(25·라쿠텐)가 선발등판할 예정이었지만, 스타성을 고려해 선발로 돌린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오타니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오타니가 단기간에 일본의 10년을 책임질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동안 ‘한국의 오타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에는 오타니와 함께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뛴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고교 최대어로 꼽혔던 윤형배(21·NC)를 비롯해 승률상을 받았던 이수민(20·삼성), 타격상을 받았던 유영준(22·NC) 등이 당시 멤버였지만, 현재 군대에 갔거나 2군에 머물고 있다.

KBO리그는 이제 메이저리그도 주목하는 리그로 성장했다. 그간 각종 국가대항전에서 보여준 남다른 저력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김광현(27·SK), 양현종(27·KIA) 이후 새롭게 한국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2017년 WBC,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국가대항전이 줄을 잇지만 마땅한 대안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오타니’를 만들기 위한 장기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쿄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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