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층 발전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입력 2015-11-30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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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가 바뀌었을 뿐인데 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상반기 초연으로 공연됐던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한층 안정되고 발전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돌아왔다.

마거릿 미첼이 1936년에 출간한 동명소설에 기반을 두어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서사이자 금세기 가장 로맨틱한 스토리로 사랑받았고 1939년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동명영화가 개봉돼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중, 장년층의 향수를 부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재연은 초연보다 안정되고 진화됐다. 이는 연출력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송스루’에 초점을 맞춘 초연에 비해 이야기에 중심을 둬 줄거리 속 인물들의 행동의 설득력이 입혀졌다. 초연 당시에는 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만 짜깁기한 것과 같은 모습에 감정선이 툭툭 끊겼다면 재연은 한층 매끄러워진 이야기 전개로 관객들의 이해력을 높였다.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장면을 추가했다. ‘타라’로 돌아가려는 스칼렛 오하라 과 멜라니 해밀턴과 함께한 레트 버틀러가 참전을 하겠다며 스칼렛에 총을 쥐어주는 장면과 자신들의 마차를 뺏으려는 자에게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추가돼 전쟁을 통해 성숙해지는 스칼렛 오하라의 모습과 버틀러와 멜라니가 우정을 나누는 모습 그리고 딸 보니를 향한 레트의 부성애 장면이 더해졌다. 방대한 분량의 소설과 4시간 상영시간의 영화를 2시간 30분으로 효율적으로 압축시키려는 한진섭 연출가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안정된 연출에 배우들의 연기 역시 업그레이드 됐다.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해 ‘스칼렛 오하라’로 분한 김지우는 공백기가 무색한 연기력과 노래 실력을 뽐냈다. 영화 속 비비안 리의 모습을 연구했다는 김지우는 앙큼한 모습부터 성숙해지는 스칼렛 오하라를 표현해내며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레트 버틀러’ 역의 남경주는 능수능란함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한국 뮤지컬의 거장’다운 중후함과 내공 있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남경주는 ‘레트 버틀러’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부터 딸 ‘보니’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섬세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로맨틱한 ‘에슐리 윌크스’ 역의 손준호는 관객을 압도하는 가창력으로 멜라니와의 사랑, 스칼렛과의 사랑을 노래한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노예들이다. 흑인 노예로 살아가는 애환을 노래하는 ‘노예장’의 박송권과 ‘유모’ 최현선이 부르는 ‘검다는 건’과 ‘인간은’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또한 노예들의 절제되면서도 폭발적인 안무는 보는 이의 마음을 시리게 한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의 흐름과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으나 음악은 여전히 아쉽다. 대서사시극에 경박스러운 드럼 비트 댄스곡은 어쩌란 말인가. ‘그런 여자 아니야’, ‘결혼해 결혼해’ 등 발랄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풍기려한 곡은 오히려 작품의 명성을 깎아내리는 듯한 분위기다. 게다가 ‘그런 여자 아니야’때 여성 앙상블들에게 상반신이 드러나는 의상을 꼭 입혀야 했을까.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문의 1577-3363

총평. 대서사시에 맞는 흐름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비해 ‘싼티’나는 음악은 어떡하나. ★★★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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