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 전노민-박혁권 존재감, 퇴장하면서도 빛났다

입력 2015-12-02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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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 전노민-박혁권 존재감, 퇴장하면서도 빛났다

전노민과 박혁권은 마지막까지 최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제는 ‘육룡이 나르샤’의 2막을 기대할 때이다.

1일 방송된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18회에서는 권력의 맛에 취해 백성들을 한없이 핍박했던 도당 3인방 중 홍인방(전노민)과 길태미(박혁권)의 최후가 전파를 탔다. 살아서 저지른 악행의 대가라도 치르듯 그들의 최후는 처절하고 비참했다.

먼저 삼한제일검 길태미는 이방지(변요한 분)과 최후의 결투를 벌였다. 하얀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두 사람은 검을 겨루고 또 겨뤘다. 먼저 승기를 잡은 쪽은 길태미였다. 길태미는 유려한 움직임으로 이방지의 왼쪽 팔에 상처를 입혔다. 길태미는 여유롭게 이방지를 자극했지만 이방지의 대응은 더욱 담담했다. 이방지는 “당신 다 보여”라며 길태미를 위협했다.

이후 길태미가 바닥에 쓰러지자 백성들은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길태미는 자신을 비난하는 백성들을 향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강자는 약자를 병탄한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길태미의 외침은 허공에 흩날리고 말았다. 수십 명의 군사가 덤벼도 쉽사리 칼을 내려놓지 않았던 길태미지만, 이방지의 칼은 그의 목숨을 끊어놓았다.

홍인방의 최후 또한 의미심장했다. 홍인방은 처형대에 오르기 전, 정도전(김명민 분)과 독대를 했다. 과거 뜻을 함께하는 동지였던 두 사람이 적으로 마주한 것이다. 홍인방은 정도전에게 “이 나라, 고려에는 희망이 없다”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그리고 더 큰 계획을 품고 있을 정도전을 향해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라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정도전은 홍인방의 생각을 한 단계 더 뛰어넘는 인물이었다. 정도전은 처형대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홍인방에게 다가가 “고려를 다시 일으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저승이 있다면 꼭 지켜보라”고 속삭였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 조선을 세울 것임을 밝힌 것. 정도전의 어마어마한 계획을 들은 홍인방은 공허한 눈빛으로 하늘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홍인방과 길태미가 죽었다.

길태미와 홍인방이 ‘육룡이 나르샤’에서 퇴장했다. 마지막까지 두 인물이 보여준 존재감은 막대했다.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면장악력은 물론이고, 입체적인 캐릭터의 매력 역시 상상을 초월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조차 자신을 죽인 무사의 이름을 묻는 길태미, 정도전의 진짜 계획을 듣고 심장의 꿈틀거림을 느낀 홍인방. 마지막 상황에서조차 두 캐릭터의 특별함은 반짝반짝 빛났다.

길태미와 홍인방은 ‘육룡이 나르샤’ 18회 동안 여섯 용의 맞은 편에 서서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화장하는 무사’, ‘권력에 취한 변절자’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살려낸 전노민 박혁권 두 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두 배우의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은 시청자의 몰입도를 극대화시켰다. 전무후무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의 퇴장이 시청자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길태미, 홍인방의 퇴장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곧바로 밝혀졌다. 최영(전국환 분) 장군이 이성계(천호진 분)과 대립각을 세우며 ‘육룡이 나르샤’의 2막 시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적룡(한상진 분)에게 다가온 알 수 없는 세력, 이방원(유아인 분)을 사이에 둔 분이(신세경 분)-민다경(공승연 분)의 미묘한 감정변화 등이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 것. 뿐만 아니라 이방지, 연희, 정도전 등의 관계 변화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역사적으로 조선이 건국되기까지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졌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그려나갈 굵직굵직한 사건들 역시 많이 남아 있다. 상상 이상의 존재감과 매력을 발휘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은 홍인방과 길태미. 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육룡이 나르샤’가 만들어 갈 또 다른 이야기가 무엇인지, 또 어떤 재미로 시청자를 사로잡을지 기개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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