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콘셉트가 아닌 진짜의 경지…‘섹시 장인’ 나인뮤지스

입력 2015-12-02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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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제국

재미있는 일이다. 정상급 섹시 걸그룹으로 꼽히는 나인뮤지스에게 섹시에 대해 물으니 “사실 우리는 섹시 콘셉트를 고집한 적이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술 더 떠 현아는 “우리가 생각보다 굉장히 보수적이다. 이번에도 안무에서 과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빼달라고 했다. 사진도 과하게 나온 건 우리가 뺀다. 민하는 멤버들 옷을 체크하면서 내려간 곳이 있으면 올려주기도 한다”라고 증언하기까지 했다.

대신에 민하는 “억지로 노출하지 않아도 섹시한 분위기가 드러나는 게 우리의 장점 같다. 고급스러운 섹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라고 설명했다.

즉 “섹시 콘셉트는 하지 않았지만 섹시하다”는 셈이다.

얼마나 멋지고 광오(廣傲)한 말인가!

얼핏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나 ‘증세 없는 복지’와 같은 유체이탈화법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나인뮤지스의 발언은 이런 모호한 말 흐리기가 아니다.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가만히 있어도 드러나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이를 꾸준히 갈고 닦아 자타공인 장인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만이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특권과 자부심에 가깝다.

사진|스타제국


신곡 ‘잠은 안오고 배는 고프고’에서도 ‘섹시 장인’ 나인뮤지스의 ‘섹시의 미학’은 이어진다. 특별한 노출이 있지도, 그 흔한 쩍벌춤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인뮤지스는 숨을 멈추고 침을 삼키게 하는 요염함을 끊임없이 풍겨낸다.

그러나 이는 타인의 시선으로 볼 때의 감상이고, ‘보수적인’ 나인뮤지스의 성아는 “‘잠은 안오고 배는 고프고’는 섹시보다 여성스러운 매력이 많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민하 역시 “이번 노래가 지금까지 우리 노래 중 가장 느리다. 서정적이고, 청순하고, 여리여리한 느낌이다. 의상도 몸에 붙지 않고 시스루나 레이스 같은 여성스러운 걸 입는다”라고 섹시를 강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인뮤지스는 섹시하다는 건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다. 이는 ‘대포카메라’로 무장한 일명 ‘찍덕’의 선호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멤버 전원이 모델급 몸매와 화려한 비주얼, 매력적인 분위기까지 지닌 나인뮤지스는 ‘찍덕 순위로는 걸그룹 1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델 선호도가 높다.

민하는 “아무래도 키가 크다 보니 시원시원해 보여서 그런 것 같다”며 “우리 팬들 중엔 카메라 없는 사람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또 현아는 “직캠도 기존 팬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느끼긴 한다”라고 사진을 넘어 직캠까지 증가했음을 알렸다.

다만 나인뮤지스는 이제는 관례가 되어버린 음악방송 출근길이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민하는 “무대보다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사전 행사 같은 느낌이다”라고 털어놓았고, 현아도 “꼭두새벽부터 예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원래는 그렇게 사진 찍는 게 없었는데 아침부터 신경을 쓰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사실 나인뮤지스는 출근길이 주목받기 전부터 다양한 퍼포먼스와 이벤트를 보여주던 그룹으로, 출근길이 화제가 되자 퍼포먼스를 자제한 줄어든 독특한 케이스다.

이유애린은 “출근길 촬영이 없었을 때 한 명을 몰아서 누더기 같은 것 입고 워스트 드레서로 만든 적이 있다. 또 겨울에 오는 팬들한테 커피도 드리고 했었는데, 기자들이 찍으니까 오히려 좀 그랬다. 카메라 앞에서 하는 건 가식적으로 보일까봐”라고 설명했다.

성아 역시 “여름에는 아이스크림도 돌리고 팬들에게 역조공을 했었다. 우리가 트렌드 세터다”라고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진|스타제국


이에 이유애린은 “이번에는 우리끼리 내기해서 한 명을 워스트 드레서로 몬다던지 한 번쯤 해보면 즐거울 것도 같다”라고 깜작 퍼포먼스를 예고했고, 다른 멤버들은 레드카펫, 덤블링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현아는 최근 실제 사람을 가방처럼 매단 기상천외한 패션으로 전 세계적인 이슈를 모은 디자이너 릭 오웬스(Rick Owens)를 언급했고, 이에 기자는 이를 추천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나인뮤지스는 직접 만나보면 유쾌하고 자유분방한데다가, 종종 엉뚱한 매력도 발산하는 그룹이지만, 눈에 보이기에는 ‘섹시 걸그룹’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섹시 이미지’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썩 달갑지 않은 이미지가 추가됐다. 바로 ‘뜰 것 같은데 못 뜨는 걸그룹’이라는 평이 그것이다.

노래와 비주얼, 몸매, 퍼포먼스, 인성 등 걸그룹에게 요구되는 많은 사항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나인뮤지스이지만 성적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고, 이런 패턴이 반복되자 호사가들은 ‘뜰 것 같은데 못 뜨는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물론 나인뮤지스 역시 이런 평에 대해 알고 있었고, 현아는 “이제 울자 우리”라며 우는 흉내를 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현아는 “그런 얘기에 신경을 쓴 적은 없다. 그런데 요즘에 유독 그런 말이 많더라. 그전에는 그런 없었는데...”라고 설명했다.

또 민하는 “그런 말도 좋다. 우리가 뜨기를 바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 아니냐”라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실 ‘뜰 것 같은데 못 뜨는 그룹’이라는 평은 호사가들이 갖다 붙인 이야기이지, 정확하게는 나인뮤지스에게 그리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실제로 나인뮤지스는 차트 1위 올킬과 같은 눈에 띄는 성적을 못 올렸을 뿐, 데뷔 이래 매 컴백마다 꾸준히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잠은 안오고 배는 고프고’도 전작 ‘다쳐’나 ‘드라마’보다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뜰 것 같은데 못 뜨는 그룹’이 아니라 ‘꾸준하게 성장하는 그룹’인 셈이다.

민하는 “작년에 공백기가 있음에도 올해 세 번째 앨범을 냈다. 이렇게 꾸준히 앨범을 내는 게 사실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를 기다려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낼 수 있는 거다. 또 앨범을 낼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으니 이번에는 정점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싶다”라고 계속해서 성장해 세간의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성적이니, 인기니 머리 아픈 이야기는 제쳐두고 2015년은 세 장의 미니앨범을 발표했다는 점만으로도 나인뮤지스와 팬들에겐 의미가 있는 해이다. 물론 2013년에도 나인뮤지스는 두 장의 미니앨범과 1장의 정규앨범, 1장의 싱글까지 4번의 컴백 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2014년 한 해 동안 활동이 전무했기 때문에 2015년의 왕성한 활동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

이에 민하는 “이번 활동까지 잘 마무리하면 만족스러운 (1년)활동이 될 것 같다”라며 “이번 활동의 목표가 대중에게 확실히 인식이 되는 거다. 또 이번 앨범이 가장 대중적인 코드가 강하다”라고 목표를 밝혔다.

더불어 “많은 분들이 잠 안 오고, 배고플 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또 ‘잠은 안오고 배는 고프고’ 활동이 끝나도, 내년 내후년까지 나인뮤지스가 생각날 때 듣는 노래가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스타제국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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