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함께 일군 ‘경남고 우승’

입력 2015-12-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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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선수들이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천안북일고와의 결승에서 4-2 역전승을 거둔 뒤 정기조 감독(위)을 헹가래치고 있다.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2015 야구대제전 폐막

결승전 천안북일고 상대로 4-2 역전승
투수 이승호 MVP·손주영 우수투수상

일주일간 펼쳐진 ‘2015 야구대제전’의 주인공은 경남고였다.

경남고는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천안북일고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7회에만 4점을 뽑아 4-2 역전승을 거뒀다. 재학선수들은 물론 프로선수와 은퇴선수까지 한 팀을 이뤄 출전한 이 대회에서 경남고는 열세를 딛고 하나로 뭉쳐 우승컵을 안았다. 대회 기간 야구장을 찾아 후배들을 격려한 이대호(33·전 소프트뱅크)와 송승준(35·롯데)도 큰 힘이 됐다. 경남고 좌완 투수 이승호(17)가 대회 최우수선수(MVP), 같은 학교 좌완 투수 손주영(17)이 우수투수상을 각각 받았다.



● 현역과 감독으로 차지한 우승컵

야구 명문 경남고는 전광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전임 사령탑인 정기조 감독이 선수단을 이끌었다.

정 감독은 야구대제전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79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그해 우승과 이듬해 우승을 일궜다. 당시 최동원(작고)과 김용희(현 SK 감독)를 앞세운 경남고는 선린인터넷고(구 선린상고)를 6-3으로 꺾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3회 대회(1981년)를 끝으로 야구대제전은 중단됐지만, 야구 관계자들의 노력에 의해 2013년부터 재개됐다. 실업팀 한국전력에서 뛰었던 정 감독은 “1∼2회 대회에서 김용희, 최동원과 함께 우승했는데, 올해 감독으로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려서 기쁘다. 선수들이 추억을 불러일으켜줬다”며 웃었다.

경남고는 결승에서 북일고의 절반밖에 안 되는 선수들을 데리고 나섰다. 재학생선수들을 대거 부산에 남겨놓은 데다, 현역이나 은퇴선수들의 출전도 쉽지 않았다. 1∼2명이 빠지면 엔트리 구성도 만만치 않은 상황. 선수들은 묵묵히 부상을 참고 경기를 뛰었다. 이준명은 불과 며칠 전 롯데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후배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섰다. 투혼은 눈부셨다. 경남고는 6회까지 북일고에 1점도 뽑지 못했지만 7회에만 2안타 5사사구를 묶어 4득점했다.



● 응원단장 자처한 프로선수들

결승전은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겹쳐 프로선수들의 참여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경남고에선 심창민(삼성)을 필두로 하준호(kt), 김준태(롯데) 등 젊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창민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후 경남고 유니폼을 꺼내 입었다. 그는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으면 여행을 가지 않고 대회에 참가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2013년에 (현역투수 마운드 금지 규정이 없어서) 노경은(두산), 양현종(KIA) 선배와 맞대결했다. 고등학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대회다”고 말했다. 북일고는 안영명(한화), 나주환(SK), 유재신(넥센) 등 더 많은 프로선수들이 참가해 무대를 빛냈다. 안영명은 “선배님들뿐만 아니라 또래 동기들도 학교를 후원하고 후배들을 잘 챙긴다”고 귀띔했다.

고척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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