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이 본 K리그 ‘불편한 현실’

입력 2015-12-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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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축구 모르는 사람이 구단 결정권” 일침

지난해 10월 부임한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역대 어느 외국인 사령탑보다도 K리그 현장을 부지런히 발로 누볐다. 이정협(부산)이란 원석을 발굴해 보석으로 가공한 이도 슈틸리케 감독이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K리그는 어떤 모습일까. 그의 말에 K리그의 ‘불편한 현실’이 드러난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K리그 발전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각 구단 용병 가운데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가 절반 가량은 되는 것 같다. 이는 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구단의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비축구인 출신이 구단의 운영을 맡는 등 합리적 의사결정구조를 갖추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라운드 문제도 거론했다. K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경기장을 사용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라운드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축구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K리그의 고질 중 하나인 텅 빈 관중석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경기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게 관중수 부족”이라며 “예외가 있다면 전북 정도다. 그 외 많은 구단들이 투자가 줄고 다른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축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돼 가고 있다. 구단과 지역간 활발한 소통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점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삼성이 수원에, 현대자동차가 전북에 더 이상 투자를 안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봤을 때 물음표가 생기는 게 현실”이라며 각 구단의 자생력 확보를 역설한 뒤 “아시아국가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세계축구의 흐름을 지켜보고 자신의 것을 만들려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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