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베르테르’, 배우 조승우와 순수한 사랑이 만났을 때

입력 2015-12-11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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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에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있다. 사랑하는 여성 때문에 하룻밤이 천년 같다. 하지만 그 여성은 이미 다른 남자와 약혼을 했다. 그녀를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붙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랑을 고백했지만 끝내 거부한 그녀를 뒤로 한 채 자신의 머리의 총구를 겨눈다. ‘해바라기’식 순정을 가진 남자의 서한체 형식을 담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고전 명작으로 남아있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올해로 15주년이 된 ‘베르테르’(연출 조광화, 제작 CJ E&M, 극단 갖가지)’가 11번이나 공연된 것은 여전히 관객에게 애잔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마음으로는 용납이 되는 이 청년의 사랑을 조승우가 연기한다. 2002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일명 ‘믿고 보는’ 조승우가 연기하는 ‘베르테르’는 기교보다는 감정이 더 강하다. 순수한 감성부터 사랑을 갈구하는 애절함까지 차츰차츰 감정을 쌓아올린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지독히도 사랑해 그 여자가 결혼을 했음에도 사랑을 갈구하는 이 단순한 이야기가 조승우의 감성과 뒤섞이며 발생하는 에너지는 대단하다. 메이크업이 지워져버리는 눈물만큼 그가 연기하는 ‘베르테르’는 자칫 잘못하면 ‘불륜’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 낭만적인 사랑을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표현됐다.


또한 ‘하룻밤이 천 년’, ‘발길을 뗄 수 없으면’ 등 애절한 실내악에 조승우의 목소리가 더해져 더욱 애절한 베르테르의 모습이 그려진다. 감성은 무대에서만 폭발하는 게 아니다. 그의 애절한 연기를 보는 관객들 역시 눈물을 적신다. 이것이 조승우가 ‘베르테르’를 통해 관객들과 호흡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2000년 초연 이래 총 9번의 재공연을 거듭하고 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 ‘베르테르’는 클래식한 감성을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푸르른 날에’, ‘아리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을 연출한 고선웅이 각색했고 ‘베르테르’ 초기의 미학인 실내악 오케스트라를 구소영 음악 감독이 맡았다. 이 외에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무대로 호평 받았던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와 한정임 의상 디자이너 등 2013년 공연의 창작진들이 다시 뭉쳤다.

이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무대와 음악 등으로 더욱 풍성해진다.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톤의 무대와 의상은 베르테르의 순수한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극의 초반부터 끝까지 조금씩 나오는 해바라기는 극의 절정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할뿐더러 낭만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또한 실내악의 아름다운 선율은 듣는 이도 흥얼거리게 한다. 2016년 1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총평. ‘조승우’만으로 충분. ★★★★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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