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강우석 감독 ‘투캅스’ 개봉

입력 2015-12-1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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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12월 18일

11일 밤 서울 자하문로의 한 카페에 그야말로 ‘쟁쟁한’ 이름과 얼굴의 영화감독들이 정겨운 송년 모임을 가졌다. 1970∼80년대 맹활약한 이장호 감독이 좌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오늘의 영화감독 모임’(오영감)의 멤버들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반 오영감으로 뭉친 이들은 정지영, 김유진, 장길수, 김의석, 이민용, 김태균 그리고 ‘막내’이자 총무 역인 윤인호 감독 등이었다. 제주도에 머물며 10년 가까이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장선우 감독도 나타났다. 모두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새로운 중흥을 이끈 주역들이다. 당시 충무로에 젊고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대중적 흥행까지 이끈 이들의 성취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오늘의 한국영화가 누리는 풍성함도 없었을 터이다.

오영감의 회장 격인 강우석 감독도 자리했다. 그 역시 ‘충무로의 승부사’ 로 불리며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1993년 오늘, 강우석 감독의 작품 ‘투캅스’(사진)가 개봉했다. 1980년대 초반 연출부 생활을 거쳐 1988년 ‘달콤한 신부들’로 데뷔한 강우석 감독의 8번째 작품이다. 주연배우는 안성기와 박중훈. 1988년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에 이어 다시 의기투합했다.

적당히 비리에 젖어 사는 고참 형사와 경찰학교 수석 졸업생 출신의 정의감 넘치는 신임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관객수가 서울지역에서만 이뤄지던 당시 85만명을 불러 모은 ‘서편제’에 이어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오르며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2편과 3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지닌 함의는 단순치 않다. ‘투캅스’는 아직 한국영화가 다루지 않았던 경찰의 비리를 큰 줄기로 삼았다. 문민정부의 시대가 열렸지만 거대한 사회적 담론과 절대적인 가치가 혼돈을 맞았던 시대였다. ‘투캅스’는 그 혼란의 시대에 부패한 공권력의 단면을 통쾌하게 비웃으면서도 끝내 정의라는 또 다른 가치에 대해 가볍지만, 진지한 여운의 질문을 던졌다.

인기 코미디언 등 특정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억지스런 스토리로 관객의 외면을 받은 한국 코미디 영화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철저히 상황과 그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통해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전범으로서 기록되고 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큰 웃음을 안긴 강우석 감독의 솜씨는 2000년대 ‘공공의 적’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더욱 공고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강우석 감독은 지금도 여전히 현장을 누비고 있다. 차승원이 주연해 내년 개봉하는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그 무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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